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 소방관. 그들이 119 구급차를 몰며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시리즈를 연재하는 백경 소방관은 구급대원으로 9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출동 현장에서 너무 많은 죽음을 보아서일까요. 그는 매일 유서를 쓰고 잠이 듭니다. 그가 매일 마주하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의 이야기. 자세한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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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집착이 심한 연인 같았다.
3월이 왔는데 봄의 뒷덜미를 잡고
놓아줄 생각을 않았다.
눈 내리는 토요일 밤이었다.
상황실에서 지령이 내려왔다.
카페에서 뜨거운 커피를 몸에 쏟았다는 신고였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엔 풍경을 안주 삼아
밤새 술을 퍼먹는 사람들이 있다.
적당히 좀 마시지. 어떻게 커피를 쏟으면
119에 신고할 정도로 다칠 수가 있을까.
현장엔 경찰차가 먼저 와 있었다. 이상했다.
건장한 체격의 경찰이 카페 앞에서
만취한 남성 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 분이 다치신 거예요?” 내가 묻자,
자기들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둘 중 하나가 경찰에게 말했다.
" 내가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말을 싸가지 없게 하니까. "
억울하다는 듯 비린 웃음을 지었다.
경찰은 눈을 맞추진 않고
“예, 예.” 사무적으로 답하며
손바닥만 한 수첩에 무언가를 써 내려 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님이 카운터 옆 테이블 근처에
걱정과 화가 절반씩 섞인 얼굴로 서 있었고,
의자엔 아르바이트생이 바지를
허벅지까지 걷어붙인 채 앉아 있었다.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뜨거운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던진 것이었다.
외상가방에서 거즈를 꺼내 식염수를
부어 적신 뒤 물기를 짜냈다.
거즈를 한 장 한 장 펴서 시뻘개진
아르바이트생의 다리에 올려놓는 동안
경찰과 취객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