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비안스크·크라마토르스크 주민들, 우크라군 유지 희망
"우크라 철수, 러의 추가 영토 점령 발판"…소수는 "러 와도 안 떠나"
푸틴 야욕에 불안한 돈바스 주민들 "러에 땅 못 넘겨"
슬로비안스크·크라마토르스크 주민들, 우크라군 유지 희망
"우크라 철수, 러의 추가 영토 점령 발판"…소수는 "러 와도 안 떠나"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평화 협상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내놓으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에 돈바스 주민 대다수는 "우리 땅을 러시아에 넘길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돈바스 지역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의 통제에 있는 슬로비안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 주민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들 지역에서 철수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대부분 장악한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 나머지 전선을 동결하고 추가 점령을 위한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주를 거의 완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도네츠크주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지역 당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통제 하에 남아 있는 30%의 지역에는 약 25만5천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선에서 25㎞ 떨어진 슬로비안스크에서 만난 아일랜드 출신 주민은 "만약 우리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지역에서 철수한다면, 이는 그들(러시아)에겐 미래에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이는 영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건 생존을 위한 전쟁으로 그들 아니면 우리다. 우리는 그들을 완전히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크라마토르스크 역에서 만난 올레나는 서쪽 200㎞ 떨어진 드니프로의 친구 집에 피난하기로 선택했다.
올레나는 "모든 친구가 떠났고, 이웃들도 마찬가지다. 집 근처에 병사들이 주둔했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우리를 지키고 있다. 정당하다"고 말했다.
올레나는 이어 "우리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줄 순 없다.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나는 우크라이나에 애착이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이 우크라이나로 남아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르피가로가 만난 상당수 주민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좋아하진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가 러시아의 요구에 굴복하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슬로비안스크의 시장 바딤 리아크는 다만 전선이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최근 몇 달간 폭격이 더 잦아졌고 더 많은 사람이 떠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여름이 지난 후에도 이어질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에 지친 일부 주민 가운데엔 어떤 식으로든 포성이 멈추고 일상을 되찾길 원했다.
전날 밤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집 창문이 산산조각 난 70대 여성 인나는 "그들은 위에서 합의해야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 이걸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나는 주변에 듣는 사람이 없어지자 더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그는 "나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철수하는 건 원하지 않지만, 러시아군이 오고 폭격이 멈춘다면 나는 이곳에 머물 것"이라며 "이 집, 정원, 땅은 내 것이다. 절대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소수 주민은 더 나아가 러시아의 도착을 기다리기도 한다.
빅토르는 "일부 사람은 모스크바의 통치 아래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 집을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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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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