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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입힌 부산지하철, 승객 몰려 한 달간 100만명 더 탔다

중앙일보

2025.08.18 08:33 2025.08.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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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포역에서 자녀 동반 가족이 포켓몬 QR 승차권을 사고 있다. [사진 부산교통공사]
“평소엔 지하철을 잘 안 타는데, 역마다 다른 포켓몬스터 스탬프(도장)를 모으려고 아들(8)과 함께 지하철로 돌고 있어요.”

지난 15일 지하철 부산역에 놓인 포켓몬 스탬프 존에서 만난 시민 문모(40)씨는 “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동을 동반한 이들은 물론 여행용 가방을 끈 여행객 등 성인도 스탬프를 찍기 위해 몰리며 긴 줄이 이어졌다.

18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부산 지하철 개통 40주년을 맞아 포켓몬코리아와 협업해 최근 진행한 ‘대중교통 활성화 마케팅’이 시민 호응을 얻었다. 지난 17일까지 한 달 동안 부산 1~3호선 6개 역사(부산역·범내골역·전포역·광안역·종합운동장·구포역)에서 ▶스탬프 랠리 존 설치 및 경품 교환 ▶포켓몬 이미지 QR 승차권 판매 ▶포켓몬 포토존 설치 등을 진행한 게 골자다.

핵심 콘텐트로 내세운 건 ‘스탬프 랠리’와 포켓몬 이미지 승차권 판매다. 스탬프 랠리는 6개 역사에 놓인 스탬프를 모아 가져가면 포켓몬 인형 등 경품을 주는 행사다. 공사는 지하철 승객 유입을 위해 역사마다 스탬프와 QR 승차권(1장당 700~1500원)을 이미지를 달리했다.

공사가 서지연 부산시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공간 조성과 승차권 제작 등을 위해 사업비 5500만원이 책정됐고, 이 가운데 2790만원이 실제 투입됐다. 공사 집계를 보면 이벤트가 진행된 한 달 동안 지난해 대비 승객은 100만명(4.2%) 늘었고, 이에 따른 요금 수입은 6억원(2.8%)가량 는 것으로 나타났다. QR 승차권 판매액은 2억9943만6000원(21만2677장)에 달한다.

공사 관계자는 “이벤트 기간 포켓몬 스탬프 랠리 참여를 위해 부산을 찾았다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협업 마케팅은 매우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논란도 있었다. 학생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방학 중 행사를 진행했는데, 주요 역사에 포켓몬 캐릭터가 도배된 것을 보고 “왜 광복절이 겹치는 기간 일본 캐릭터를 이용해 이런 사업을 진행하느냐”는 전화 항의가 많았다고 한다.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이른바 ‘등골브레이커’ 논란도 뒤따랐다. 스탬프 랠리 경품 배부는 지하철 서면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이뤄졌다. 지난 15일 이곳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교환처 팝업스토어에서 3만~8만원짜리 포켓몬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다. 아이(초등학교 3학년)가 한두개만 담아도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스탬프 랠리는 미끼일 뿐, 공공재인 지하철역이 굿즈 광고판으로 활용된 듯하다”고 말했다.

서지연 부산시의원은 “부산교통공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와 협업하며 지난해 대비 지하철 승객 증가 등 효과를 본 듯하다”며 “다만 이벤트 진행 과정에서 부산시와 논의가 없었고, 이에 따라 유입된 승객을 부산 명소로 끌어들이는 등 시도는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교통공사가 다른 유명 캐릭터 협업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다음 이벤트 때는 이런 점을 보완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김민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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