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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복 벗고 '올블랙' 정장 입은 젤렌스키…트럼프 "아주 멋져 보여"

중앙일보

2025.08.18 11:59 2025.08.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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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해 1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넥타이를 맨 전통 정장 차림은 아니었지만, 검정색 셔츠와 재킷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6개월 전인 2월 28일 전투복을 입고 백악관에 나타났을 때와는 다르게 한층 격식을 갖춘 모습이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검정색 카고 바지에 전투화를 착용한 군복 스타일 옷을 입고 백악관을 방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삼지창 문양이 새겨진 검정 티셔츠와 군복 스타일 바지 등 이른바 ‘전시 복장’ 상태로 공개석상에 등장해 전쟁 중인 상황임을 상징적으로 대변했다.

하지만 당시 백악관에서 그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잘 차려입었다”고 비꼬듯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질문ㆍ답변 과정에서 다소 무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매체 ‘리얼 아메리카 보이스’의 백악관 출입 기자 브라이언 글렌은 “왜 정장을 입지 않는가. 정장이 있긴 한가”라고 물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면 정장을 입겠다. 당신이 입은 것과 비슷한 것으로 말이다”고 응수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은 최악의 외교 참사로 기록됐다. 카메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에게는 카드가 없다”고 윽박질렀고, JD 밴스 부통령은 “왜 미국에 무례한가”라고 몰아세웠다. 양측 간 설전 속에 당초 예정됐던 광물협정 체결식도 취소한 채 젤렌스키 대통령은 쫓겨나다시피 백악관을 빠져나갔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때에는 검정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을 방문할 때 착용한 검정색 정장 차림도 그때와 같은 스타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다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6개월 전 ‘파국 회담’과 달리 화기애애

6개월 만에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다시 접한 글렌 기자는 달라진 복장을 보며 “정장이 정말 멋져 보인다. 아주 보기 좋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같은 말을 했다. 멋지지 않은가”라며 “지난번에 당신(젤렌스키)을 공격한 그 사람”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저도 기억한다”고 받으며 글렌 기자를 향해 “저는 옷차림을 바꿨다. 당신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취재진 사이에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양자 회담 분위기는 6개월 전과는 사뭇 다르게 대체로 화기애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면박은 없었고 시종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6개월 전 팔짱을 낀 채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과 굳은 얼굴로 설전을 주고 받았던 젤렌스키 대통령 표정도 다소 여유가 느껴졌고 간혹 유머를 곁들이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게 보내는 서한을 전달하면서는 “대통령님이 아니라 영부인께 보내는 편지”라고 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젤렌스키 총 12차례 “감사하다”

이날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양자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감사하다”는 말을 총 12차례 언급했다. “초청에 감사하다”, “전쟁을 멈추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노력에 감사하다”, “영부인께도 감사하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모든 파트너들에게 감사하다” 등이다.

6개월 전 그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왜 미국에 감사해 하지 않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격식 있는 검정색 정장에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쓴 것은 6개월 전 ‘파국 회담’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트럼프 성향의 미국 보수 매체 리얼 아메리카 보이스의 백악관 출입 기자 브라이언 글렌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을 배경으로 방송 중계를 하고 있다. 사진 엑스(X) 캡처
한편 글렌 기자가 소속된 리얼 아메리카 보이스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백악관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의 방송을 진행하는 등 강성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매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에서는 주류 언론에 대한 대안 언론으로 부상하는 매체다. 글렌 기자는 이 매체의 대표적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기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글렌 기자의 여자 친구 역시 ‘하이힐 신은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 마가 성향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주)이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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