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구매탄시장과 못골종합시장, 화서시장 안은 매년 여름이면 안개비가 내린다. 수원시가 설치한 증발식 냉방시설 '쿨링포그(cooling fog)’ 때문이다. 수도관과 특수 노즐을 활용해 정수된 물을 빗방울의 약 1000만 분의 1 정도 크기로 분사하는 ‘물안개 분사’ 시스템이다. 물 입자가 작아서 피부나 옷에 닿아도 바로 증발한다. 분사된 물이 더운 공기와 만나면 주위 온도를 3~5℃ 낮추고 대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한 상인은 “전통시장은 밀집된 골목 구조라 금방 찜통이 되는데, 쿨링포그가 열기를 식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가 늘어지면서 각 지자체의 대응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는 온열질환자가 급증하자 ‘경기 기후보험’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기후보험은 폭염·폭우 등 이상 기온으로 질병·상해 등 피해를 보장하는 정책보험이다. 경기도민이면 온열·한랭 질환·특정 감염병 진단비 10만원, 기후재해 사고 위로금 30만원 등을 받을 수 있다. 보험료 전액은 경기도가 부담한다. 지난 5일까지 405명이 혜택을 봤는데 175명이 온열질환자였다. 최근 보험금을 받은 유모(40대)씨는“지인이 알려줘서 신청했는데 큰돈은 아니지만, 병원비에 도움이 됐다”며 “주변에 기후보험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생수 냉장고는 물을 채워놓으면 곧바로 동이 날 정도로 인기다. 군포시의 생수 냉장고인 ‘얼음 땡’은 하루 평균 1200개의 생수(500mL)를 제공하는데 어르신과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군포시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생수를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화인증 후 자동 개방하는 AI 형식 냉장고를 설치했다”며 “현재 중앙공원 등 3곳에 운영 중인데 이용 빈도 등을 분석해 냉장고를 2곳 더 들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시도 GTX 운정중앙역 입구와 야당역 앞 횡단보도 등 5곳에 운영하는 ‘한 모금 쉼터’를 금촌역 광장 등 2곳에 더 설치할 예정이다. 인천시도 ‘인천 하늘수 드림 냉장고’ 운영 거점을 78곳에서 100곳으로 늘렸다.
‘양심 양산’도 등장했다. 양산으로 직사광선을 차단하면 체감온도를 10~15도 낮춰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보니 경기 광명·안성, 울산 북구, 부산 동구·해운대구, 대구 중구·수성구·달서구·북구 등 기초단체들이 도입하고 있다. 문제는 낮은 회수율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관리대장 강화, 보증금 제도 등을 도입하고 ‘사용 후 꼭 반납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폭염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층에게 더 가혹하다. 각 지자체는 냉방기기와 냉방비용, 생수 등을 지급하고 있다. 홀몸 어르신 등에게 꾸준히 연락하거나 AI 돌봄 로봇 등을 지급해 안부도 확인한다. 최근 성남시에선 연락이 닿지 않는 어르신의 집을 방문한 돌봄서비스 담당자가 쓰러진 80대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전남 화순군과 충남 아산시, 경남 통영시 등은 드론을 이용해 야외 작업자에게 ‘야외 활동 자제’, ‘폭염 3대 안전수칙(물·그늘·휴식)’을 알리고 있다. 화성시 등 일부 지자체는 지역 내 공사현장 관계자들과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휴식과 옥외작업 중지 등을 권하고 있다.
도서관·경로당·공공기관 중심이던 무더위 쉼터도 스마트 버스 정류장, 편의점 등으로 다양화됐다. 안양시는 지역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로 카페와 제과점 등 26곳을 착한 더위 쉼터로 지정했다. 경기 고양시와 충북 청주시는 실내빙상장을 무료 개방했다. 일부 지자체는 “오후 6시까지인 무더위 쉼터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휴일에도 운영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로 고민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 운영 조정에 대해 공감하지만, 예산과 공공시설의 보안 등의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행정학과)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해 주민이 원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폭염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