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로부터 “건진법사와 함께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등을 통해 김기현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도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 등 구속영장 청구서 등에서 통일교·국민의힘 유착 의혹에 대해 “종교와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어긋나는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윤영호(48)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뒤 통일교의 2023년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법 개입 의혹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이에 윤 전 본부장은 “당시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 후보 출마를 포기하자, 김기현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도왔다”는 취지로 특검팀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당시 전당대회에서 52.93%(24만4163표)를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에 당선됐다.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 전성배(64)씨와 공모해 통일교 교인을 대거 국민의힘 당원으로 입당시킨 뒤, 투표·캠프 조직 등을 통해 김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는 취지다. 정당법에 따르면 개인의 자유 의사에 반해 정당 가입을 강요하거나, 경선 자유를 방해하면 위법이다.
특검팀은 김 의원 당선을 위해 방법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보고한 메시지 등도 확보했다고 한다. 2023년 2월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이들은 전당대회에서 권성동 의원의 당 대표 당선 지원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11월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윤심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로 (당원이) 필요한가요”라고 묻자, 전씨는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이라고 답한 것이 드러나면서다.
2023년 1월 권 의원이 당 대표 후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들의 계획이 어긋났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총선 비례대표 TO를 대내 명분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강행했는데 난처하다”는 문자를 전씨에게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전씨는 “비례는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비밀리에 성사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이들이 목표를 권 의원에서 김 의원 당선으로 바꾼 것으로 특검팀은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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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권성동 1억원 상납 의혹 등 구속기소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본부장을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 1억여원을 지급하며 “윤석열 후보를 위해 써달라”고 한 혐의다. 또 김 여사에게 샤넬백·그라프 목걸이 등 8200만원대 명품을 선물하고,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수주 특혜 등을 청탁한 의혹도 있다. 이에 윤 전 본부장은 “한학자 총재 뜻에 따른 것”이란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통일교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법 개입 의혹은 이번 공소 제기에 포함되지 않아, 추가 조사 후 기소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시도위원장 불법 대선 자금 지원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2022년 3월 대선 직전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지구장들을 통해 2억여원을 국민의힘 시도위원장들에게 불법 대선 자금으로 전달한 의혹이다. 윤 전 본부장과 일부 지구장들은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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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피의자 소환…청탁·정치권 불법 개입 의혹
건진법사 전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특검팀에 출석했다. 김 여사와 공모해 통일교 측 청탁성 선물을 받고, 청탁을 들어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피의자 신분이다. 전씨는 ‘통일교 측의 선물을 김 여사 측에게 전달했나’ 등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전씨는 청탁 의혹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불법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윤 전 본부장과 모의해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불법 개입한 의혹이다. 또 전씨는 20대 대선 당시 ‘양재동 캠프’라는 비선 불법 캠프를 운영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댓글·여론전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