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베스트셀러부터 세포라, 얼타뷰티 등 글로벌 유통망에 K-뷰티 제품이 많이 오를 만큼, K-뷰티는 더는 트렌드가 아니라 글로벌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유럽, 동남아 전역에서 한국 브랜드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했고, 소셜 미디어 바이럴이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면서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K-뷰티의 눈부신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제품 품질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도달했으니, 다음 단계로의 도약은 발견 가능성(Discoverability), 개인화(Personalization), 그리고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에서 결정됩니다. 이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실현하게 하는 동력은 AI, 빅데이터, 검색, 추천 알고리즘, 그리고 AR, VR과 같은 IT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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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으로 충동구매 만들고, 핀터레스트로 계획 구매 완성한다
Z세대와 알파 세대는 더는 검색창에서 브랜드를 찾지 않습니다. 미국 Z세대의 43%는 틱톡에서 제품을 검색하고, 39%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본 뒤 제품을 구매합니다. 틱톡은 시청 시간, 반응, 체류 데이터 등을 종합해 맞춤형 콘텐트를 추천합니다. 덕분에 이름조차 생소한 신생 K-뷰티 브랜드가 단기간에 글로벌 히트상품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소셜 네트워크 ‘핀터레스트’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2025년 2분기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5억7000만 명을 돌파했고, 이용자의 40%가 Z세대죠. 핀터레스트 사용자 절반이 쇼핑 목적으로 플랫폼을 사용해 브랜드와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접점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광고 콘텐트가 피드 속 다른 콘텐트와 어우러져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는 것도 강점입니다. 실제로 ‘헤라’, ‘올리브영’ 등 국내 브랜드가 핀터레스트 마케팅으로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핀터레스트는 ‘비주얼 검색 엔진’이라는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게시된 핀(pin)은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검색과 추천을 통해 지속해서 노출해 제품 구매 전환을 유도합니다. 플랫폼 내 SEO 검색 최적화 키워드 전략과 검색 기반 접근 전략도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유입을 확보하고, 구매 의도가 높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 됩니다. 실제 브랜드 협업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 뷰티 브랜드 ‘e.l.f. Beauty’는 핀터레스트와 함께 ‘color e.l.f.nalysis’라는 인터랙티브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AI 기반 퍼스널 컬러 분석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컬러에 어울리는 뷰티 제품이 담긴 링크로 연결했죠.
틱톡과 핀터레스트는 개인의 관심사와 선호를 시각 콘텐트로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방문과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동일한 작동 원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핀터레스트는 기본적으로 정지 이미지 중심이어서 영상 기반의 틱톡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뷰티 제품은 질감, 발색 변화, 전후 비교처럼 ‘움직임’을 통해 설득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틱톡이 ‘즉각적인 폭발력’에서는 우위입니다. 반면, 핀터레스트는 검색, 저장, 재방문을 기반으로 장기 노출과 구매 의도형 트래픽에 강합니다. 틱톡이 충동구매를 만든다면, 핀터레스트는 계획 구매를 완성하는 셈이죠. 이는 마케팅을 할 때 두 플랫폼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틱톡이 브랜드와 제품의 ‘첫 관심’을 끌어오고, 핀터레스트가 그 관심을 ‘검색과 저장’을 거쳐 구매로 연결하면, 두 플랫폼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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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에 기술 결합…미래는 맞춤형 뷰티 솔루션 시대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나에게 맞는 제품’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여기서 AI와 AR·VR 기술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뷰티 솔루션 개발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신규 서비스 ‘아모레 챗’을 통해 고객 상담과 제품 추천을 AI 기반으로 제공할 계획이며, AI 피부 분석 및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운영해 고객 경험을 향상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삼성전자와 협력해 AI 기반 뷰티 디바이스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를 출시했습니다. 피부 상태를 정밀 분석해 맞춤형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아모레퍼시픽의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최근 뷰티 업계는 AR과 VR의 실용적, 체험적 응용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스티로더, 로레알, 크리니크 와 같은 브랜드는 피부 톤 매칭, 진단 기능, 가상 메이크업 체험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AR 거울은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에스티로더는 AR 거울 사용 시 립스틱 전환율이 2.5배 증가했고, 크리니크는 장바구니 금액이 30% 상승하며 체류 시간이 다섯 배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쇼핑몰 내 AR 체험 부스, VR 스토리텔링 공간 등 오프라인과 디지털을 융합한 체험형 메타버스 매장도 인기입니다. 로레알이 2018년에 인수한 모디페이스도 AR은 물론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뷰티 테스트는 물론 개인 맞춤형 뷰티 루틴을 제공합니다.
AR·VR을 넘어 공간컴퓨팅 기술과 8K 해상도를 제공하는 애플의 비전 프로와 같은 디바이스도 향후 뷰티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제품의 실제 색감, 발색, 질감을 디지털 환경에서도 세밀하게 재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립스틱이나 파운데이션의 미묘한 색 차이, 하이라이터의 반짝임, 스킨케어 제품의 질감까지도 현실과 동일하게 구현해 소비자가 물리적으로 제품을 시도해보지 않아도 실물과 가까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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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반 개인화 없인 K-뷰티 경쟁력 잃는다
앞으로 K-뷰티의 경쟁력은 제품과 기술의 결합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검색(추천 피드)–확신(개인화)–경험(AR·VR 체험)–구매 전환(원클릭 커머스)을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하는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틱톡에만 의존하지 않고 핀터레스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기능별로 분업화해 상호 보완적인 트래픽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매장, 자사 몰, 앱에서 수집한 고객 피드백 데이터를 중앙화하고, 생성형 AI로 언어, 톤, 피부 스펙트럼별 맞춤형 콘텐트를 자동 제작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도 필수입니다. 여기에 레딧, 디스코드와 같은 커뮤니티 피드백을 AI로 분석해 제품, 컬러, 제형을 빠르게 개선하는 선순환을 만들면 기술과 데이터가 결합한 ‘뷰티 테크’ 브랜드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K-뷰티는 이미 세계 무대에서 그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데이터 기반 개인화와 몰입 경험입니다.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크리에이터, AI 기반 맞춤형 추천, AR·VR이 제공하는 실감 체험이 하나로 이어질 때 K-뷰티는 10년 이상 전 세계의 화장대를 점령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