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걱정에 전전긍긍, ‘촬영금지’ 팻말까지 등장…여고생 치어리더 향한 음흉한 눈길에 멍드는 고시엔 대회
OSEN
2025.08.18 16:40
후쿠시마 코난 고등학교 치어리더들의 훈련 모습. TUF 유튜브 채널 캡처
[OSEN=백종인 객원기자] 올해도 영락없다. 마뜩잖은 팻말이 또 등장했다. ‘촬영금지’라는 문구다.
한창 뜨거운 고시엔 대회(전국고교야구 선수권 대회) 본선 무대다. 그곳에 다시 걱정거리가 생겼다. 못된 어른들의 음흉한 눈길 탓이다. 바로 응원석의 여고생 치어리더를 향한 카메라 렌즈다.
유력 매체 마이니치 신문은 이런 현상이 벌써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회만 열리면 노심초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학교 측은 응원단 주변에는 촘촘한 감시단을 배치한다. 교사, 교직원, 학부도 등으로 이뤄진 ‘합동 단속반’이다.
혹시나 미심쩍은 카메라에 대해서는 사전 경고를 날린다. ‘(응원단) 촬영금지’라고 쓴 팻말도 눈에 잘 띄게 걸어 놓는다.
신문은 대회 초반인 1회전 때는 여러 건의 시비가 일었다고 전했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말리는 쪽과, 바득바득 셔터를 누르는 극성스러움이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는 얘기다.
어느 교사는 마이니치 신문에 “하루에 7~8명에게 ‘찍지 마시라’고 소리친 적이 있다. 그나마 2회전, 3회전으로 올라가면서 말썽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몇 년 전에는 피해 사례도 있었다. 오이타현의 메이토요 고등학교의 치어리더에 대한 도촬(盜撮, 몰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후로 여러 가지 방지책이 마련됐다. ‘촬영금지’ 팻말도 그중 하나다.
또 다른 방법도 등장했다. 응원단의 배치를 바꾸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치어리더를 가장 안쪽으로 서게 한다. 전교생이 이들을 둘러싸는 형태다. 그럼 외부인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가 유지된다는 착안이다.
아예 치어리더는 없애는 곳도 있다. 대신 밴드부를 보강해, 응원의 밀도를 높인다는 의도다.
고시엔 대회 응원석 모습. NHK TV 중계화면 캡처
가장 유력한 예방책은 의상 교체다.
그동안 민소매에 치마 유니폼을 입었던 한 학교는 작년부터 디자인을 전면 수정했다.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치어리딩을 하고 있다.
담당 교사는 “처음에는 상실감이 있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치어리더 유니폼을 바꾸려니 안타까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라면서 “그래도 야구부 유니폼과 통일성 있는 디자인을 선택하면서 조금 위안을 얻었다”라고 밝혔다.
피해 학교인 메이토요도 비슷하다. 3년 전부터 하의를 스키니 팬츠 스타일로 교체했다. 여름에는 스커트 아래 레깅스를 입는 방식으로 바꿨다. 아예 반바지 스타일도 해 봤지만, (치어리더) 학생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 학교 교사는 “아무래도 학생들은 멋진 스커트 차림을 지키고 싶어 한다. 그런 의사도 존중하면서, 몰래카메라에 대한 방지책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여전히 전통적인 스커트 스타일을 고수하는 학교도 많다. 하지만 많은 학교가 도촬 때문에 긴소매와 언더 셔츠를 입는다. 또 쉬는 시간에는 큰 수건으로 노출된 부위를 가리거나 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라고 전했다.
학교 측에서는 “수상한 움직임에 대한 신고는 상당히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대부분은 애매모호하다. 분명한 도촬 행위라고 드러나는 경우는 적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골치 아픈 표정이다.
일본에서는 스포츠 관련 몰카 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작년 파리 올림픽 때도 특수 제작된 유니폼과 훈련복이 배구, 탁구 등 7개 종목 여자 선수들에게 지급됐다.
미즈노사가 20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는 이 유니폼은 적외선을 흡수하는 특수 광물을 이용한다. 그렇게 되면 도촬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몰카 피해가 알려진 뒤 유니폼 스타일을 바꾼 메이토요 고교 응원부. 메이토요 고교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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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