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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살아서 쓰세요"…이제 55세부터 연금처럼 당겨쓴다

중앙일보

2025.08.19 01:28 2025.08.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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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5세 이상 종신보험 가입자가 사망보험금 일부를 생전에 연금처럼 당겨쓸 수 있는 제도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노후 소득 공백을 줄이는 방안이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위원회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점검 회의를 열고 신청 대상과 조건 등을 발표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죽은 뒤 받는 종신보험금을 연금 자산으로 전환해 미리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당초 65세부터 적용하려 했지만, 은퇴 시점과 각종 연금 수령 시기 사이의 소득 공백 등을 고려해 55세로 낮춰 대상을 확대했다. 해당되는 종신 보험 계약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75만9000건, 계약 금액은 35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만 55세 이상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 계약자는 소득·자산과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사망보험금이 9억원 이하이고, 보험료 납입 완료(계약·납입 기간 10년 이상) 상태여야 한다. 또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같고, 신청 시점에 보험계약 대출(약관대출) 잔액이 없는 월 적립식 계약이어야 한다. 금융위는 “금리변동형 종신보험 계약자로도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만 55세가 되는 인구와 적용 범위가 늘면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인원도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과거에도 연금 전환 특약이 있는 종신보험 상품이 있었지만, 해약 환급금에 대해서만 연금처럼 받을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특약이 없는 기존 가입 종신보험 계약에도 ‘제도성 특약(주계약 보장내용 등을 보완하는 특약)’ 형태로 일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자는 보험 영업점을 찾아 선택사항을 골라 접수만 하면 된다. 별도 비용은 들지 않는다. 선택사항은 크게 유동화 비율과 수령 기간이다. 유동화 비율은 최대 90% 안에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사망보험금이 1억원이라면 9000만원까지 연금으로 받고, 1000만원은 사망보험금으로 남기는 식이다. 수령 기간은 최소 2년 이상, 연 단위로 정할 수 있다. 일시금으로 받는 건 안 된다.

받기 시작하는 나이도 정할 수 있다. 보험금 1억원짜리 종신보험을 20년간 부어 총 2088만원을 납입한 A씨로 예를 들면, 유동화 비율 70%에 수령 기간 20년을 선택한 경우, 55세부턴 월평균 14만원씩 받을 수 있다(예정이율 7.5% 기준). 만약 75세부터 받는다면 월평균 수령액은 22만원이 된다. 수령 시점을 늦출수록 받는 금액이 높아지는 셈이다. 총 수령 연금액도 3274만원에서 5358만원으로 올라간다.

박경민 기자

연금으로 유동화된 총액은 납입한 보험료의 100%를 초과하도록 설정해 계약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했다. 또 사망보험금에서 연금 지급액을 제외한 부분도 사후에 유족 등이 받을 수 있게 남기도록 했다.

박경민 기자

다만 사망 이후 일시로 지급되는 보험금보단 적게 받는 결과가 될 수 있다. A씨가 55세부터 20년간 받는 연금 총액 3274만원에 남은 사망보험금 3000만원을 더해도, 당초 약정했던 사망보험금인 1억원보다는 적다는 뜻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금은 일종의 해약환급금 성격이고 예정이율을 적용하는 기간이 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자는 12개월치 연금 금액을 한 번에 받는 ‘연 지급형’과 월급처럼 받는 ‘월 지급형’ 중 선택할 수 있다. 연 지급형은 오는 10월부터 5개 생명보험사(한화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에서 먼저 신청을 받는다. 월 지급형은 전산 개발 완료 뒤 내년 초부터 개시하는 게 목표다. 현금 대신 요양·간병·주거·건강관리 서비스나 바우처 등을 받는 ‘서비스형’도 기업 제휴 등을 거쳐 내년쯤 출시될 전망이다.

보험사와 금융당국은 대상자들에게 10월 중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등 SNS로 제도를 안내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좋은 제도를 잘 만들었다”며 “(대상자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해 주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평균 기대수명은 83.5세, 노인 빈곤율은 38.2%에 달한다. 하지만 2022년 기준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58만원으로, 노후 적정생활비 월 177만원(국민연금공단)의 3분의 1 수준이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종신보험은 유족의 교육권·생활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이지만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효용이 떨어졌다”며 “노인빈곤 문제도 해결되고 시니어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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