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체결된 체코 원전 공사 수주 계약이 불공정 계약에 기반했다는 의혹을 두고 정부·여당이 19일 “매국 계약”이라며 총공세를 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정부가 웨스팅하우스(WEC)의 문제 제기로 교착 상태에 빠진 체코 원전 수주 심사를 위해 불평등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리 기업이 소형 모듈 원전 등 독자 모형을 개발해도 웨스팅하우스 측 허가가 없으면 수출이 불가능하고,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약 1조원 이상 현금이 웨스팅하우스로 가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장은 “기술 주권, 원전 주권을 팔아먹고 국부를 유출하는 매국 행위를 한 것”이라며 “상임위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철저하게 진상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한 의장 발언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ㆍ한국전력공사(한전)가 WEC와 지난 1월 불공정 계약을 체결했다는 전날(18일)의 언론 보도를 지목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1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수주 계약 과정에서 수주를 보장받는 대가로 WEC에 원전 1기 수출 당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 및 용역 구매를 약속했다. WEC 측에서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했다며 자국 법원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제동을 걸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계약서에는 우리나라가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차세대 원전을 독자 수출할 때도 WEC의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명확한 진상 파악”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취임 50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체코 원전 관련 부분은 그 이전부터도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정부 내부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진상 파악에 이미 들어가기 시작한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이 오전 회의 때) 산업부가 국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보도 내용을 포함한 진상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강 비서실장도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계약 문제가 있어 보여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루 동안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윤 정부 당시 이뤄진 대규모 원전 계약을 향해 실책 가능성을 일제히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원전 업계에선 한ㆍ미 정상회담(25일) 직전 당·정·청이 ‘원전 공세’를 펴는 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 결과 “대미 투자 펀드 2000억 달러가 조성될 예정”(김용범 정책실장, 지난달 31일)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원자력발전도 포함되는데, WEC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전 관련 행정명령 주요 시행사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 출석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졸속 불공정 협약이 아니냐’는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 수준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