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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전쟁에…중국·인도 국경갈등 5년 만에 봉합

중앙일보

2025.08.19 08:29 2025.08.1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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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적극적인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관세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두 나라를 앙숙에서 협력 관계로 변모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3년 만에 인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8일 뉴델리에서 열린 제24차 중·인 국경 문제 특별대표회담에서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만났다.

왕 부장은 “중국은 인도 참배객의 중국 티베트 성지 순례를 재개했다”며 “중·인 관계가 협력 관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유무역과 국제질서가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28억 인구의 최대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인도가 국제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최근 미국이 인도에 부과한 50% 관세를 인식한 듯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일방적인 괴롭힘이 만연하고, 자유무역과 국제질서가 엄중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28억 인구의 최대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인도가 단결해 국제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 측은 평화적 관계 구축엔 국경 문제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국경 문제는 두 나라가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이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양국 관계가 긍정적으로 나아갈지는 국경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달려 있다”며 중국군의 국경지대 철수를 요구했다.

중국과 인도는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여전히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3488㎞에 이르는 실질 통제선(LAC)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020년 히말라야 라다크 국경에서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숨지면서 양국관계는 냉각됐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모디 총리와 시 주석이 만나 국경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로이터통신은 “5년 만에 국경 무역이 재개된다면 양국 관계 개선의 맥락에서 상징적 의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관계 개선 움직임은 미국의 관세 압박과 맞물려 진행 중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빌미로 오는 27일 인도에 5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다. 인도로서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도를 패싱한채 중국과 빅딜을 체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 이후 인도는 지난달 중국인 관광비자 발급을 시작하며 중국과 대화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도 지난 14일 양국을 잇는 여객기 직항 노선의 운항을 다음 달부터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양국 관계 개선의 방향성을 왕 부장의 인도 방문에 이어 이달 31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SCO 정상회의 참석차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왕부장은 19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접견하고, SCO 정상회의의 의제와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톈진 SCO를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 인도 정상의 비공식 3국 회담 가능성이 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인도는 중국 SCO 정상회의의 개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브릭스 등 다자 메커니즘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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