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이영재(31, 전북 현대)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우승에 대한 꿈을 드러냈다.
전북 현대는 지난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6라운드에서 대구FC를 3-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전북은 18승 6무 2패, 승점 60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선두 자리를 굳혔다. 한 경기 덜 치른 2위 대전(승점 42)과 격차는 무려 18점이 됐다. 게다가 지난 3월 강원전 0-1 패배 이후 다섯 달 동안 패배하지 않으며 22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성했다.
이는 전북이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세웠던 K리그 역사상 최다 무패 3위 기록과 동률이다. 이제 전북은 다음 주말 열리는 포항전에서도 패하지 않으면 역대 2위 기록(2011년~2012년 전북·23경기 무패)과도 타이를 이루게 된다. 역대 1위 기록인 33경기 무패(2016년 전북)까지는 아직 11경기가 더 남아있다.
이영재도 후반 교체 투입돼 전북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는 후반 37분 정확한 스루패스로 전진우의 쐐기골을 도우며 시즌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 덕분에 전진우도 7경기 만에 침묵을 깨면서 리그 13호 골로 득점 단독 1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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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영재는 "다행히 홈에서 3-0 무실점으로 이긴 게 가장 중요하다. 이겨서 다행"이라며 "지금 선수들이 워낙 잘하고 있다. 나는 투입된 뒤 팀에 폐를 끼치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우스갯소리로 '0.9골'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완벽한 패스로 전진우의 골을 도운 이영재. 그는 "사실 진우가 여름에 많은 일이 있었다. 해외에 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침묵이 길어지면서 개인적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라며 "진우가 빨리 골이 터져서 득점왕을 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영재는 "그래서 어시스트 상황에서 난 누구도 보지 않고, 계속 진우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진우의 골이 내 골처럼 너무나도 기뻤던 것 같다"라며 밝게 웃었다.
최근 이영재는 과거의 활약을 되찾았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손사래를 쳤다. 이영재는 "난 아직도 내가 돌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그냥 팀이 잘하고 있을 뿐이지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내가 지금 마음을 다르게 먹고 있는 건 많은 동기부여가 된 거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작년에는 순위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선발 기회가 많았다. 지금은 계속 벤치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그런 동기부여가 나를 더 자극하는 것 같다. 내가 다른 선수들보다 좋은 면도 있겠지만, 부족한 면도 많다. 그걸 경기장에서 보완하고자 많이 노력한다"라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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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기회는 적지만, '게임 체인저'로서 역할을 훌륭히 수행 중인 이영재. 그는 "내가 교체로 들어갔을 때 기존 선수들 못지않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팬들이나 코칭스태프에게 심어주고 싶다. 그런 부분을 더 생각하고 경기를 치르다 보니 작년보다는 조금 낫지 않나 싶다"라고 전했다.
이영재는 전북과 함께 생애 첫 K리그 우승을 꿈꾸고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울산 HD 시절 FA컵(현 코리아컵) 정상에 오른 경험은 있지만,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본 적은 없다.
이영재는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우승한다는 건 사실 생각을 잘 못했다. 우승을 하고 싶어서 전북에 왔다. 당연히 우승에는 많은 선수들의 공이 있겠지만, 나도 거기에 한몫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 속에서 더 빛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마지막으로 이영재는 '이영재가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을 조심스레 얘기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강점은 패스다. 또 코너킥에 자신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 초나 작년에는 도움을 많이 못했다. 그전에는 꾸준히 매년 도움을 5개 이상 해왔는데 전북에 오곤 주춤했다. 그걸 더 키우고, 슈팅이나 공격 포인트 부분에서 살아나면 돌아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