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해리 케인(32, 바이에른 뮌헨)이 마침내 속내를 드러냈다. 우승 트로피의 환희보다 허약해진 팀의 현실이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17일(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MHP 아레나에서 열린 2025 독일축구연맹(DFL) 프란츠 베켄바워 슈퍼컵 결승에서 슈투트가르트를 2-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케인이었다. 독일 무대 첫 결승전에서 결승포를 터뜨리며 ‘월드클래스 골잡이’의 면모를 증명했다.
그러나 시상대에서 내려온 케인의 얼굴엔 웃음보다 우려가 가득했다. 독일 ‘빌트’ 보도에 따르면 케인은 경기 직후 “나는 이런 팀에서 뛴 적이 없다. 지금 뮌헨은 내가 몸담았던 어떤 클럽보다 선수단 규모가 작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수층이 지나치게 얇다.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단순한 투정이 아니다. 케인의 발언은 분명한 근거를 지닌다.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뮌헨은 ‘떠나는 선수는 많은데 들어오는 선수는 적은’ 기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킹슬리 코망, 리로이 자네, 토마스 뮐러 등 다수의 공격 자원들이 팀을 떠났지만, 보강은 리버풀 출신의 루이스 디아스 한 명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자말 무시알라는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 있다. 뮌헨이 치러야 할 대회가 분데스리가, DFB 포칼, 챔피언스리그 등 ‘3중 살인 스케줄’임을 고려하면, 케인이 느끼는 위기감은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불안은 단지 공격진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비진도 흔들리고 있다. 핵심 수비수 김민재의 이적설이 독일 현지에서 연일 보도되는 상황이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뮌헨은 김민재를 더 이상 미래 구상에 넣고 있지 않다. 매각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만 해도 철인처럼 4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팀을 지탱했던 김민재지만, 구단 내부 방침은 냉혹하다.
결국 케인의 폭발은 단순히 ‘불만 표출’로 치부할 수 없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이자 팀 리더로서, 뮌헨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정면으로 짚어낸 것이다. 케인의 메시지에는 “지금 보강하지 않으면 시즌을 버티지 못한다”는 절박한 경고가 담겨 있다.
뮌헨의 전통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분데스리가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절대 강자’가, 정작 유럽 무대에서는 스쿼드 뎁스 부족으로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치열한 경쟁을 몸소 경험한 케인의 시각에선 지금의 뮌헨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기보다 ‘겨우 1군을 꾸려가는 팀’처럼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뮌헨의 선수단은 현 시점에서 리그 경쟁팀들에 비해 턱없이 얇다. 도르트문트와 레버쿠젠은 과감한 보강으로 전력을 넓혔고, 잉글랜드 빅클럽들은 2군까지도 월드클래스급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뮌헨은 교체카드가 눈에 띄게 줄어들며 ‘주전 혹사’ 위험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막스 에베를 단장은 케인의 발언 직후 “선수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퀄리티는 여전히 높다. 이적 시장 마감까지 2주가 남았다.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반응했다. 즉, 케인의 목소리가 구단 내부에도 압박으로 작용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핵심은 앞으로 2주간의 이적시장이다. 케인의 발언대로 보강에 실패한다면, 뮌헨은 시즌 중반 체력 고갈과 부상 악재 앞에서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구단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다면, 케인의 일침은 ‘우승을 향한 쓴소리’로 남을 것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