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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이재명, 역사흐름 바꿀 위인 아냐...개꿈" 더 세진 비난 왜

중앙일보

2025.08.19 19:47 2025.08.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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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처음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한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인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장화의 급진적 확대"를 강조하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김여정도 직접적인 실명 비난에 나선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전날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의 협의회에서 "한국 정부의 기만적인 유화공세의 본질과 이중적 성격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국가수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포치"했다. 협의회에서 나온 김여정의 발언은 김정은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대남 관련 사항을 외무성에서 다룬 건 기존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따라 한국을 외국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신은 김여정이 "최근 서울이 우리에 대해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다고 하면서 마치 한국의 대조선정책이 '급선회'하고 있는 듯한 흉내를 내고있는 데 대해 분석했다"며 이 대통령의 경축사 내용을 직접 인용했다. 이날 협의회가 이 대통령의 경축사 메시지에 대한 직접적 대응 성격이란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7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이어 "한국의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간의 신뢰가 회복될 것'(18일 을지국무회의 발언)이라고 하면서 '조약돌'이요, '신뢰'요, '인내심'이요 하는 방랑시인같은 말만 늘어놓는가 하면 정동영이라는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 주요업무계획보고에서 그 무슨 5대 핵심과제라는 것을 표방했다고 말했다"고 폄훼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통일부 장관을 맡아 개성공단 조성 등의 성과를 냈고 특사 자격으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김여정은 "정동영이라는 장관"이라며 비아냥거린 것이다.

김여정은 또 "서울에서는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또 누구라 할 것 없이 제멋대로 꿈을 꾸고 해몽하고 억측하고 자찬하며 제멋대로 희망과 구상을 내뱉는 것이 풍토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그 구상에 대하여 평한다면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적대적 두 국가라는 전략적 기조의 불가역성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김정은의 의중과 지시에 따라 한국의 유화 공세에 대응하는 대외 정책이 하달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또 김여정은 "이재명 정권이 들어앉은 이후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색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진지한 노력'을 대뜸 알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문재인으로부터 윤석열에로의 정권교체 과정은 물론 수십년간 한국의 더러운 정치체제를 신물이 나도록 목격하고 체험한 사람들"이라며 "결론을 말한다면 보수의 간판을 달든, 민주의 감투를 쓰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한국의 대결 야망은 추호도 변함이 없이 대물림하여 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18일 시작한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에 대해서도 "미·한의 침략전쟁연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권은 '방어적 훈련'이라는 전임자들의 타령을 그대로 외워대고 있다"며 "겉과 속이 다른 서울 당국자들의 이중인격을 역력하게 투영해주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정부는 UFS를 일부 조정했지만, 아예 중단하거나 취소하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는 요구로 읽힌다.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이 시작된 1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또 김여정은 "다시 한번 명백히 하지만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공화국 외무성이 한국의 실체성을 지적한 우리 국가수반의 결론에 입각하여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 그의 선동에 귀를 기울이는 국가들과의 관계에 대한 적중한 대응 방안을 잘 모색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는 미국과 동맹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사실상 남북관계를 도모하려면 한·미 동맹의 균열을 감수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재명 정부를 향한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비롯한 보다 과감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는 모습"이라며 "한국 정부가 대미 종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지속가능한 평화적인 남북관계의 새역사를 쓸 수 없다는 일종의 선동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 1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7차전원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과정"이라며 "북 당국자가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해 표현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한 차례 수정을 거친 두번째 입장문이었는데, 처음에는 없었던 '왜곡'과 '유감'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김여정이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해 비난한 만큼 유화적 반응으로 넘길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 하고,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한국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를 2025년 9월 20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밝혔다. 개헌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김여정이 지난 14일 담화에서 한국과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입장과 견해를 "우리의 헌법에 고착"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관련 사안이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영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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