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우리는 은퇴를 앞둔 스타들을 MLS에서 모셔올 필요가 없다." 3년 반 전, 돈 가버 미국 메이저 리그 사커(MLS) 커미셔너가 2022시즌 개막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던진 25단어의 메시지다. 하지만 2025년 여름 이적시장을 보면, 그의 발언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손흥민(33, LA FC), 로드리고 데 폴(31, 인터 마이애미), 토마스 뮐러(36, 밴쿠버 화이트캡스) 등 유럽 무대를 지배했던 베테랑 스타들이 연이어 MLS로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ESPN'은 유럽 무대를 떠나 MLS로 향했던 20명의 선수들을 분석했다. 여기엔 데이비드 베컴부터, 손흥민, 토마스 뮐러까지 포함돼 있다.
리오넬 메시(38)는 현재 MLS 최고의 선수로 군림 중이다. 인터 마이애미는 올 시즌 MLS컵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는데, 메시의 곁에는 루이스 수아레스(38), 조르디 알바(36), 세르히오 부스케츠(37)가 함께 뛰고 있다.
그렇다고 최근 몇 년 사이 MLS가 이런 흐름을 멈춘 적도 없다. 가레스 베일, 조르지로 키엘리니, 올리비에 지루가 잠시 머물다 떠난 곳도 LA FC였고, 그들의 골문을 지키는 선수는 올해 만 38세가 된 위고 요리스다. 뉴욕 레드불스는 에릭 추포모팅(36), 에밀 포르스베리(33)라는 베테랑을 최고 연봉 선수로 두고 있고, 마르코 로이스(당시 35세)는 지난해 LA 갤럭시와 함께 MLS컵을 들어 올렸다. 샬럿 FC에서는 애슐리 웨스트우드(35)가 팀 내 최다 출전 미드필더다.
리그는 공식적으로 "유럽 은퇴 무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이런 '유럽에서 온 노장 스타' 영입은 성공할까, 실패할까.
이 흐름의 출발점은 2008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만 31세의 나이로 LA 갤럭시에 합류한 데이비드 베컴이다. 당시엔 단순한 흥행 카드로 여겨졌지만, 베컴은 여전히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고, 마지막 두 시즌 동안은 70% 이상 출전 시간을 소화하며 팀을 MLS컵 2연패로 이끌었다.
이후 티에리 앙리, 클린트 뎀프시, 웨인 루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곤살로 이과인, 치차리토 등 굵직한 이름들이 MLS 무대를 밟았다. ESPN은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다 30세 이상으로 MLS에 합류한 공격수들을 추려 20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이들의 평균 이적 연령은 32세, 시장가치는 약 1,030만 유로였다. 유럽에서 마지막 시즌 평균 0.51 비(非)페널티 골+도움(90분당)을 기록했고, MLS 데뷔 첫 시즌에는 0.66으로 오히려 수치가 올라갔다. 출전 시간도 유럽 마지막 시즌 42.8%에서 MLS에서는 61.7%로 늘어났다.
결국 MLS 무대를 '은퇴 무대'라고 단정 짓기엔 성적이 나쁘지 않다. 메시 같은 예외적인 사례를 빼더라도, 여전히 0.6이라는 준수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성공이고 실패일까. ESPN은 직관적으로 'MLS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성공으로 꼽힌 선수는 메시, 베컴, 앙리, 이과인, 루니, 케인, 포르스베리, 벤테케, 로이스, 그리고 즐라탄까지 12명. 반대로 로렌초 인시녜, 치차리토, 셰르단 샤키리, 팀 케이힐, 저메인 데포, 지루, 베일, 무리엘 등은 실패 사례로 분류됐다.
흥미로운 점은 성공한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오히려 더 높았다는 것이다(32.4세 / 31.4세). 시장가치(1,210만 유로 / 790만 유로), 유럽에서의 경기 관여도(출전 시간 45.2% / 39.5%) 역시 성공 사례가 더 높게 나타났다.
결국 "MLS는 더 나이 든 선수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라는 아이러니한 결론에 도달한다. 단, 이는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유럽 정상급에서 버틸 수 있었던' 예외적인 선수들만 가능하다는 전제가 따른다. 베컴, 루니, 메시나 로이스, 즐라탄처럼 말이다.
이 데이터를 현 상황에 적용해 보면 해답은 명확하다. 손흥민과 로드리고 데 폴은 각각 2,000만 유로 이상으로 평가받는 시장가치와 60% 이상 출전 시간을 기록한 뒤 MLS에 왔다. 여전히 유럽 정상 무대에서도 통할 만한 선수들이다.
반면 뮐러는 600만 유로 가치에 불과했고, 바이에른 뮌헨에서 출전 시간도 40% 남짓이었다. 통계적 관점에서만 보자면 성공 가능성이 손흥민, 데 폴보다 떨어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결국 메시, 루니, 즐라탄, 베컴이 증명했듯, MLS에서의 성공은 나이보다 "얼마나 꾸준히, 예전의 정상급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기준이다. 손흥민이 보여줄 MLS 데뷔 시즌은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실험이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