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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인도 여성영화의 약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21일 개막

중앙일보

2025.08.19 22:30 2025.08.1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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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막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선샤인'. 소녀 체조 선수가 맞닥뜨리는 현실을 그렸다
인도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의 한 장면.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202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사진 서울국제 여성영화제]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7일간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린다. 올해는 'F를 상상하다(Reimagining F)'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38개국에서 출품된 영화 138편을 소개한다. 'F'는 영화(Film)을 넘어서 축제(Festival), 페미니즘(Feminism), 자유(Freedom), 미래(Future) 등 다양한 개념으로 확장된 영화제의 의미를 상징한다.

개막작은 앙투아네트 하다오네 감독의 필리핀 영화 '선샤인'이다. 올림픽 출전을 꿈꾸던 한 체조선수 소녀가 국가대표 선발을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며 낙태를 금지하는 사회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선샤인'은 지난 2월 열린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는 이번이 첫 공개다.

이번 영화제에는 총 131개국에서 4129편의 작품이 접수돼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대한 세계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이중 세계 여성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경쟁 섹션 '발견' 부문엔 86개국에서 394편이 출품돼 본선에 8편이 진출했다. '도대체 어디에'(미국·래러미 데니스 감독), '분노'(스페인·제마 블라스코), '톡식'(리투아니아·사울레 블류바이테) 등이다. 2004년생 일본 야나기 아스나 감독이 열일곱 살 소녀 아이오를 주인공으로 그린 '레이니 블루'는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여성감독의 신작, 여성 주제의 화제작 12편을 상영하는 '새로운 물결' 섹션에는 최근 1~2년 사이 발표된 여성 거장 및 신진 감독들의 작품이 고루 포진됐다. 이 중 대만의 신진 여성감독 황시의 신작 '딸의 딸'은 모녀 사이의 다양한 감정을 세밀하게 조명한 영화로, 대만 영화의 거장 허우샤오셴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또 엘렌 쿠라스 감독의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는 나치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 리 밀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10년을 그리는 영화. 케이트 윈슬렛이 제작에도 참여하고 주연을 맡았다.



굵직한 두 개의 특별전

올해 여성영화제는 특히 두 개의 특별전에 힘을 실은 것이 눈에 띈다. 이 중에서도 '확장된 시선: 인도의 재구성'은 동시대 인도 여성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인도 여성 영화의 눈부신 약진을 압축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인 '걸스 윌비 걸스',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각각 로테르담국제영화제와 핫독스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화제를 모은 '영화 속 영화: 영화관, 영화와 우리'와 '혁명을 경작하다' 등 장편 7편과 인도국가영화아카데미(FTII) 여성 졸업생들이 참여한 단편 모음 프로젝트 등 20편을 상영한다.

슈치 탈라티의 '걸스 윌비 걸스'는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자리 잡은 엄격한 기숙학교에 다니는 18세 소녀 마리의 로맨스, 모녀간의 관계와 갈등을 섬세하게 담아내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연기상을 받았다.

202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뭄바이 병원에서 일하는 세 간호사들의 삶을 파고들며 결혼,종교, 노동, 주거 등 인도 여성들의 현실을 세심한 연출로 그렸다. 지난 4월 국내 개봉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리마 다스 감독의 '빌리지 락스타 2'는 인도 아삼주의 작은 마을에서 음악가가 되기를 꿈꾸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놓인 소녀의 성장기를 사실주의적 화법으로 그려, 도르트문트/쾰른 국제여성영화제 장편 경쟁 대상을 받은 수작이다.

한편 '헬렌 리:여기와 어딘가 사이'는 한국계 캐나다 감독 헬렌 리(60)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이다. 헬렌 리는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기에 캐나다로 이주한 여성으로, 작품을 통해 인종적 편견과 성적 주체성과 문화적 경계 등을 다뤄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여성주의 고전으로 꼽힐 만한 데뷔작 '샐리의 애교점'(1990)부터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부녀 관계와 애도의 정서를 섬세하게 담아낸 극영화 '텐더니스'(2024)까지 그의 영화 12편을 소개한다.

인도 슈치 탈라티 감독의 '걸스 윌비 걸스'. 특별전 '확장된 시선:인도의 재구성'은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도 사회와 문화의 다채로운 초상을 소개한다. [사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한국에서 제작된 여성감독의 작품, 여성 주제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지금 여기, 한국영화' 섹션에선 5편의 다큐멘터리와 5편의 극영화, 16편의 단편영화를 상영한다. 1세대 페미니스트 화가 윤석남의 이야기를 담은 '핑크문', 우울증이라는 주제를 차분하고 유쾌하고 또 진지한 시선으로 다룬 '저는 행복한데요?'가 눈길을 끈다. 올해 신작 단편 '안경'(2025)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정유미 감독의 8편의 애니메이션도 상영한다. 정 감독은 올해 여성영화제의 포스터와 트레일러를 제작했다.

정유미 감독이 제작한 2025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포스터. [사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변재란 이사장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세계 최대의 여성 영화제로 자리잡았다"며 "여성의 서사가 견고해질수록 영화제는 더욱 깊이 있는 대화의 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림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새로운 시선을 환기하고 여성영화의 역사와 지평을 넓히는 기획 섹션들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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