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李 맞은편 상석엔 최태원, 오른편에 재계 1위 이재용 앉은 이유

중앙일보

2025.08.20 00:26 2025.08.20 02:5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일 순방 경제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지난 19일 방미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마주 보고 앉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 대통령의 시선을 중심으로 맞은편 좌·우 두 자리엔 각각 중견기업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과 재계 서열 2위(2025년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기준)인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나란히 앉았다. 정작 서열 1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의전 관례상 맞은편 상석보다는 낮은 자리로 여겨지는 이 대통령의 오른편 옆자리에 앉았다.

정치권과 재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재계의 자리 배치 순서엔 ‘암묵적 룰’이 있다. 우선 경제단체장들이 대표성을 이유로 최우선 의전을 받는다. 최 회장과 류 회장이 맞은편 상석 두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이날 두 사람이 개별 기업의 총수 자격이 아닌 각각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의 대표자 자격으로 간담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경제단체장들이 상석을 먼저 차지하고 나면, 개별 기업 총수의 자리 배치는 재계의 서열을 따른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오른편에 이재용 회장이 앉은 것은 통상 의전 관례상 맞은편 다음으로 좋은 자리로 여겨지는 게 주빈의 오른편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좋은 자리인 왼편엔 재계 서열 4위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앉았다. 2위인 최 회장이 이 대통령의 맞은편 상석으로 우선 배치된 데다, 3위인 현대자동차에선 정의선 회장 대신 이 날 장재훈 부회장이 대리 참석하면서 LG 그룹 총수가 우선된 것이다. 이외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나머지 자리를 배치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일 순방 경제인 간담회 중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재계와 행사를 열 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게 아니라면, 통상적으론 재계 내부 관행을 존중해 의전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눈에 띈 것은 이 대통령과 마주한 상석이 한 자리가 아니라 두 자리로 나란히 배치됐단 점이다. 여권 관계자는 “통상 맞은편 자리에 앉은 두 사람 간의 서열을 나타내고 싶지 않을 때 그렇게 배치한다”며 “최 회장이 기업 규모로 보면 사세가 월등하지만, 류 회장이 가장 연장자이자 한경협 맏형 역할을 하다 보니 종합적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빈의 좌우 자리가 사진을 찍었을 땐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라서 맞은편이 상석 자리라는 게 꼭 불문율은 아니다”며 “이번 행사 사진만 봐도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재용 회장과 구광모 회장이 찍힌 사진이 많지 않았나”라고 했다.

경제단체장들 사이에선 이런 의전 순서를 놓고 미묘한 기 싸움이 일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한경협(전신 전경련)이 홀대를 받으면서부터 이 순서에 변칙들이 발생했다. 이를테면 그간 경제단체의 공동성명 순서에선 경제4단체(한경협·대한상의·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이 먼저 열거되고, 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5단체)와 중견기업연합회(6단체) 등이 더해지는 식이었다.

하지만 경총이 2023년 5월 노란봉투법 도입에 반대해 낸 ‘경제 6단체 공동성명서’를 보면, 그 순서가 ‘경총·대한상의·한경협·무역협회·중기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순으로 열거됐다. 당시 재계에선 “윤석열 정부에서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명칭을 바꿔 경제단체의 ‘맏형’으로 다시 기강을 잡으려 하자 여기에 대한 반작용이 일었던 것 아니었겠나”란 뒷말이 돌았다. 행사장 의전에서도 순서가 뒤바뀌기도 한다. 특히 손경식 경총 회장을 재계 선배로서 예우하는 과정에서 의전 순서가 뒤바뀌는 일들이 있다고 한다.





윤지원([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