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세운 장벽을 검은색으로 칠할 것을 지시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국경 장벽 전체를 검은색으로 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놈 장관은 검은색으로 칠하는 이유에 대해 녹이 스는 것을 늦춰 강철의 수명을 늘리고, 장벽을 뜨겁게 만들어 불법 이민자들이 장벽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자들에게 가혹한 조건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만지지 않으면 된다. 사람들에게는 선택권이 있다”고 말했다.
9m 높이의 강철 기둥이 10~15cm 간격으로 설치된 국경 장벽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당시 설치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현재 국경 장벽은 텍사스주,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캘리포니아주 등 전체 국경의 64%에 설치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최근 이민자 단속 건수가 감소하자 단속이 느슨해졌다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텍사스주 엘파소 지역의 월터 슬로사르 임시 순찰 국장은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불법 이민자 체포 건수는 약 41건이며 하루에 약 9명 정도가 적발되지 않고 국경을 넘는다고 말했다. 1년 전 불법 이민자 체포 건수가 하루 평균 약 400건에 이르고 지난 2023년에는 2300건에 달한 것과 비교해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이민 사전인터뷰 예약 애플리케이션인 ‘CBP 원’을 폐기했고, 지난 6월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불법 이민자 단속반발 시위를 진압하는 데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