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7월 영국 방문서 1천년 된 작품 대여 약속
유산 전문가들 "이동 시 작품 훼손 우려…문화재 범죄"
佛 내부서 '정복왕 윌리엄 역사' 자수 작품 英 대여에 반발
마크롱 대통령, 7월 영국 방문서 1천년 된 작품 대여 약속
유산 전문가들 "이동 시 작품 훼손 우려…문화재 범죄"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정복왕' 윌리엄의 잉글랜드 정복 과정을 묘사한 초대형 자수 작품 '바이외 태피스트리'를 영국에 대여하기로 한 프랑스 정부의 결정에 전문가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달 바이외 태피스트리의 영국 대여를 반대한다는 청원에 현재까지 4만4천여명이 서명했다.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한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으로, 폭 50㎝, 길이 약 70m의 직물 자수품이다. 1066년 헤이스팅스 전투 등 '정복왕 윌리엄'의 잉글랜드 정복 과정을 설화 형식으로 묘사한 유물이다.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이를 비롯해 11세기 유럽인들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묘사해 미술사적인 가치와 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큰 문화재로 평가된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달 영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정복왕 윌리엄 탄생 1천주년과 '2027년 투르 드 프랑스 영국 그랑 데파르'를 기념해 이 작품을 내년 9월부터 10개월간 대영 박물관에 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화유산 보존 전문 사이트 '라 트리뷴 드 라르'의 편집장인 디디에 리크네르는 즉시 청원을 올려 이번 대여가 유산을 훼손할 수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결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리크네르는 청원서에서 "이 태피스트리는 11세기 후반에 제작돼 약 1천년의 역사가 있다"며 "이는 인류 역사상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복원 전문가들은 어떤 이동도, 아무리 작은 이동이라도 작품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진단 내렸다"며 "이동 중에 작품이 찢어지거나 기존에 찢어진 부위가 더 확대될 수 있고, 재료가 떨어지거나 직조 실이 끊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자의적 결정을 내렸다"며 "이 대여는 문화재 범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 사이트에도 유사한 글이 올랐다. 이 청원에서도 작성자는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극도로 취약한 작품으로 이 자수는 영구 보존을 위해 노르망디 땅에 남아 있어야 하며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바이외 태피스트리 박물관 관장을 역임한 이자벨 아타르도 지난달 일간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이 태피스트리는 보존과 복원만을 위해 최소한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게 수년간의 과학적 자문이었다"며 "이렇게 위험하고 어리석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고 마크롱 대통령을 저격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송진원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