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비난받은 호주 총리 "난 외국 지도자 존중"
장관도 "사람들 터트려 날려버리고 아이들 굶주리게 하는 게 강함 아냐"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호주의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방침 등과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원색적인 비난을 받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자신은 외국 지도자들을 존중하고 외교적으로 소통한다고 받아쳤다.
앨버니지 총리는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나는 다른 나라 지도자들을 존중한다. 외교적인 방식으로 그들과 소통한다"면서 "그(네타냐후 총리)는 다른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 "이런 일들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람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켜봐 온 폭력의 악순환이 끝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호주인들도 바로 그런 상황을 바라고 있다"며 가자지구 전쟁 휴전을 촉구했다.
전날 네타냐후 총리는 총리실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역사는 앨버니지(호주 총리)를 이스라엘을 배신하고 호주의 유대인을 버린 허약한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토니 버크 호주 내무장관도 이날 호주 공영 ABC방송 인터뷰에서 앨버니지 총리는 약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버크 장관은 "강함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폭탄 등으로) 터트려서 날려버릴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아이를 굶주리게 할 수 있는지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두고 영국, 캐나다, 프랑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페인을 상대로 했던 것처럼 호주를 향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크 장관은 지난 18일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 심차 로스먼 의원의 호주 입국 비자 취소를 발표하면서 그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호주에 입국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소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병합 등 극우적인 주장을 해온 로스먼 의원은 호주 유대인협회 주최 행사에서 연설하기 위해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호주 정부의 조치에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주재 호주 대표단의 비자를 취소하고 주호주 이스라엘 대사관에 호주 관리들의 이스라엘 입국 비자 신청을 신중하게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호주 최대 유대인 권리옹호 단체인 '호주 유대인 집행위원회'의 앨릭스 리브친 공동대표는 호주 유대인 사회가 양국 관계의 급격한 악화에 "깊은 동요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리브친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앨버니지 총리 비난과 관련해 호주 유대인들이 앨버니지 정부에 버림받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서 "동맹국은 솔직하고 단호하게, 하지만 품위 있게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 생각에 모욕적인 내용이 담긴 트윗을 퍼붓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호주도 다음 달 유엔총회에서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이스라엘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앨버니지 총리는 성명을 통해 "호주는 다음 달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며 "이는 두 국가 해법, 가자지구 휴전, 인질 석방에 관한 국제적 동력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2028년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호주의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철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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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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