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키건 브래들리(미국·사진)는 2023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풀 스윙’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2012년 라이더컵에서 유럽에 대역전패한 미국 팀 멤버였고, 이후 한 번도 라이더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절치부심하며 흘린 그의 눈물과 다시 돌아오겠다는 각오가 다큐멘터리에 담겼다. 그는 “다시 팀에 합류해 우승하면 가방을 열겠다”며 2012년 라이더컵 가방을 10년 넘게 봉인했다.
2023년 8월, 라이더컵 미국 팀 캡틴 잭 존슨은 포인트 랭킹 11위 브래들리를 제치고 16위 저스틴 토머스를 선발했다. 낙담하는 브래들리 모습은 팬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2년. 브래들리는 다시 라이더컵 출전의 기로에 섰다. 달라진 점은 바로 그 자신이 멤버 선발권을 가진 캡틴이라는 점이다.
타이거 우즈가 부상 등을 이유로 고사하면서 지난해 브래들리가 캡틴에 발탁됐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인 라이더컵에 대한 순수한 열정 덕분에 캡틴이 됐다. 당시 패트릭 캔틀리의 이른바 ‘모자 게이트’(모자를 쓰지 않은 채 경기 출전) 등으로 미국 팀에 대한 여론이 나빴던 점도 한몫했다. 문제는 올 시즌 그가 굵직한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는 등 선수로서 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찬반 논란이 거세다. 찬성 측은 브래들리가 ▶충분한 실력을 갖췄고, ▶62년 만의 ‘플레잉 캡틴’이라 화제가 될 거고, ▶대회지인 뉴욕 베스페이지 블랙이 그의 대학(세인즈 존스) 시절 연고지라 팬들 응원이 기대되고, ▶동료들 지지도 두텁고, ▶그가 지명한 바이스 캡틴들의 경험이 많다는 점을 꼽는다.
반면 유럽 팀의 로리 매킬로이는 “만약 브래들리가 플레잉 캡틴이 되면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더십과 전략, 미디어 대응까지 책임지는 라이더컵 캡틴의 업무는 과거보다 훨씬 방대하다. 자신을 직접 선발할 경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고, 부담 탓에 오히려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줄 거라는 우려도 크다.
라이더컵 미국 대표 12명 중 6명은 포인트 랭킹으로 자동 선발하고, 나머지 6명은 캡틴이 선택한다. 당초 “나는 자동 선발되지 않으면 뛰지 않겠다”고 했던 브래들리는 최근 “팀에 필요하다면 나를 뽑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20일 기준으로 스코티 셰플러, J.J. 스펀, 잰더 쇼플리, 러셀 헨리, 해리스 잉글리시, 브라이슨 디섐보가 자동 선발됐다. 남은 6명은 27일 브래들리가 결정한다.
브래들리의 포인트 랭킹은 2023년과 똑같은 11위, 세계 랭킹은 13위다. 양 팀 합쳐 24명이 출전하니 세계 13위인 브래들리가 자신을 뽑아도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최근 두 대회에서 부진해 시즌 최종전에서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일각에선 과거 50대 안팎이던 캡틴에 30대 후반인 브래들리를 선발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