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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마케팅, 일본 소재·금융…궁합 좋다”

중앙일보

2025.08.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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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앞 힘받는 경협

오는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경제 협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노 재팬’ 구호가 거리를 메웠지만,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더 이상 등을 돌릴 수 없는 동반자가 됐다는 평가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한·일 경제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싸고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디리스킹’(위험 축소)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는 우방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 영향이다. 한국과 일본도 단순한 협력 관계를 넘어 경제안보 차원의 전략적 의미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은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7.6%, 2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8%(2023년)보다 높지만, 공급망 변동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신(2023년) 기준 경제복잡성 지수(ECI)를 보면 일본은 145개국 중 세계 3위, 한국은 5위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국가들인데, 복잡성이 강할수록, 외부 충격에 공급망이 취약하다.

‘중국’ 변수 역시 양국이 공유하는 과제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지난해 펴낸 ‘글로벌 대한민국의 새로운 한일협력’ 보고서는 “지정학적 요인과 중국의 기술·산업 경쟁력 강화로 한국·중국, 일본·중국의 연결망은 약해질 전망”이라며 “한·일 기업들은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을 상대국에서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 필요성도 대두된다. 일본과의 ‘경제공동체’론을 강조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AI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일본과 손잡고 서로 데이터를 교환해 데이터 사이즈를 키워야 중국에 맞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미 일본과의 상호보완적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11월 한일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열린 포럼에서 “한국 기업의 강점인 대량생산, 마케팅 사업 추진력과 일본 기업의 강점인 소재·부품·장비 산업, 시장 조사 능력, 금융이 힘을 합하면 제3국 시장에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일본 요코하마에 반도체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 봄 일본을 찾아 도쿄·오사카 지역 기업들을 두루 만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의 주요 주주다.

애초 일본 기술을 도입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한국 배터리 산업도 지금은 공동 투자와 합작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토요타통상과 함께 사용후 배터리 자원을 회수·재활용하는 합작법인 GMBI를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의 ‘수소동맹’도 진행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자동차 시장 라이벌이지만, 자주 만나 수소차 협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3월에는 현대차 임원들이 한·일의원연맹 방일 행사를 찾아 수소산업 활성화를 논의했다.

다만 협력이 단기 이벤트에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정환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일은 협력 못지않게 갈등 요인도 많아 무역 분쟁이나 ‘야후-라인 사태’ 같은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정례적 대화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권 교체나 정치 상황에 따라 경제협력이 오락가락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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