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이건 축구가 아니라 코미디였다."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청두 룽청이 기적 같은 역사를 쓸 기회를 또다시 심판들의 판정에 날려버렸다.
청두는 19일(한국시간) 열린 2025 중국 FA컵 준결승에서 허난 FC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4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경기 후 현지 팬들과 언론의 화두는 단 하나였다. 바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주심 판정이었다.
중국 ‘넷이즈’는 "펠리페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졌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후 VAR까지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페널티킥은 선언되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그야말로 상식 밖의 결정이었다.
이날 허난 선수들은 경기 내내 거친 태클을 이어갔다. 전반 33분 마이아가 중앙선 부근에서 펠리페에게 '플라잉 태클'을 날렸고, 46분에는 레서터가 아쳄퐁에게 위험한 돌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주심은 모두 옐로카드로만 처리했다.
문제는 후반 51분이었다. 펠리페가 페널티 박스로 돌파하던 순간, 뒤에서 중이하오가 노골적으로 태클을 걸었다. 그러나 마이마이티장 주심은 즉각적인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잠시 후 VAR까지 확인했지만, 결과는 ‘노 파울’. 현장은 순식간에 야유와 분노로 뒤덮였다.
청두 벤치에서도 참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청두 선수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넷이즈는 "마이마이티장은 이번 시즌 청두 경기를 여러 차례 맡았고, 매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FA컵 16강전에서도 산둥 타이산 선수의 거친 플레이와 펠리페의 팔꿈치 가격이 묵인됐고, 톈진전에서는 웨이스하오가 애매한 상황에서 퇴장을 당했다. 중국 내 저명 기자 마더싱조차 "이런 판정이 계속된다면 슈퍼리그에서 카드는 무더기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을 정도였다.
이번 준결승에서도 결국 청두는 또 피해자가 됐다. 한 중국 언론인은 직격탄을 날렸다. "솔직히 말해서 마이마이티장은 더 이상 중요한 경기에 배정돼서는 안 된다. 오늘의 판정은 중국 축구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올 시즌 서정원 감독과 청두가 보여준 성과는 놀랍다. 그는 구단 보드진과의 갈등 속에서도 팀을 이끌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현재 리그에서도 1위 상하이 하이강을 4점 차로 추격하며 우승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청두의 기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성과마저도 심판 판정이라는 외부 변수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현지 팬들조차 "말도 안 되는 판정"이라며 대노하고 있다. 청두 구단의 역사적인 첫 우승 도전은 그렇게 무대 위에서 무참히 꺾였다.
쓰레기 같은 판정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서정원호는 또 하나의 기적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심판의 휘슬 하나가 역사를 갈라놓았다. 그리고 중국 축구에 대한 불신은 다시금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