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20일부터 이틀간 투표 및 여론조사가 시작됐다. 선거인단(책임당원) 투표 80%, 여론조사 20% 합산이다.
‘반탄’(탄핵 반대) 주자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탄핵 찬성) 주자인 안철수·조경태 후보가 대립하는 구도 속에서, 전대 판세를 놓고 당내에선 세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①단판 승부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특정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면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확정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1위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 후보가 과반 득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전대 기간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김 후보는 8일째 당사 안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며 투쟁 이미지를 선점했다. 김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탄핵 국면에서 치른 지난 대선에서도 41%가 넘는 지지율을 받지 않았나. 인지도를 고려하면 과반을 기대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단판 승부로 김 후보가 당권을 쥔다면 김문수 체제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현재 옛친윤계가 힘을 잃고, 한동훈 전 대표도 불출마하면서 당내 권력이 공백기인 상태에서, 김문수 체제로 구심점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반탄주자로서 최근 강성 당원 사이에서 주가를 높인 장동혁 후보의 막판 기세가 만만치 않은 데다가, 안철수·조경태 후보가 나서는 4파전 구도에서 과반 득표는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적잖다. 한 재선 의원은 “다른 세 후보 모두 나름의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특정 후보에게만 지지가 쏠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②반탄 결선
당 내에선 반탄 주자인 김문수·장동혁 후보 간 결선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과반 득표자가 없다면 결선 투표를 거쳐 26일 최종 1인이 발표된다.
최근 여론조사는 엇갈렸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 후보가 46%로 장 후보(21%)를 앞섰다. 반면 16~18일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장 후보 35.3%, 김 후보 33.3%로 오차범위(±3.6%포인트) 내 박빙이었다.
특히 강성 보수층에서 장 후보 지지세가 커지는 추세다. 20일 ‘윤 어게인’(Yoon Again)을 주장하는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와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장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두 후보는 강성 보수층을 향한 구애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장 후보는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이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사법부와 검찰,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이 됐다”고 했다. 김 후보도 호소문을 내고 “윤석열 전 대통령 인권을 유린하는 정치 보복이 자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을 심판하겠다”고 했다.
③‘찬탄 대 반탄’ 결선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 단일화가 최종 무산됐지만, 찬탄 대 반탄 결선은 여전히 유효한 시나리오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당원과 지지층이 전략적으로 한 명의 찬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최소 2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 불출마 뒤 관망세를 보이던 친한계의 응집력도 변수다. 당내에선 결선 투표를 계기로 친한계가 ‘한동훈 팬덤’을 등에 업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찬탄파 후보가 기세를 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와 결선에서 맞붙어 패한 한 전 대표의 득표율은 43.47%로 적지 않았다.
친한계 재선 의원은 “찬탄 대 반탄 일대일 구도가 형성돼 ‘해볼 만 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았고 침묵하던 찬탄 지지층이 막판 결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