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안타 치는데 손가락 4개쯤 없으면 어때…고시엔 최고의 스타가 된 조막손 영웅

OSEN

2025.08.20 13:2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NHK 캡처

NHK 캡처


왼손 장애 딛고 3할 타자가 된 기후상고 우익수 요코야마 하루토의 이야기

[OSEN=백종인 객원기자] 1~2년 전이다. 일본 어느 기자의 취재 후기다. 하루는 제보 전화가 왔다.

제보자 “저기, 손가락이 없는 야구 선수가 있다는데….”

기자 “학생인가요? 어느 학교에 있는지….”

제보자 “기후상고요.”

기자 “에? 기후상고면 야구 꽤나 하는 명문고인데….

곧바로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언급된 학교로 연락을 취한다. 마침 야구부 감독과 직접 통화할 수 있었다.

기자 “이만저만, 그런 선수가 있다면서요?”

감독 “예, 맞아요. 있어요?”

기자 “취재를 좀 가려고 하는데, 인터뷰가 가능하겠지요?”

감독 “글쎄요. 가능은 한데….”

기자 “왜요? 무슨 문제라도?”

감독 “그러니까 손가락이 없는 것도 맞고, 야구부에서 활동하는 것도 맞는데, 그 친구가 벤치에 들어갈 실력이 아직 안 돼요. 그래도 기사가 될지….”

하긴 그렇다. 야구부라고 다 선수 대우를 받는 건 아니다. 일본의 잘 나가는 고교 팀은 야구부가 100명도 넘는다. 당시 기후상고도 77명이 소속됐다.

엔트리 제한은 20명이다. 덕아웃에 들어가고, 게임을 뛸 수 있는 인원이 그 정도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주전 9명에 후보 11명 구성이다.

나머지 57명은 후보도 아니다. 경기 때는 관중석에 유니폼 차림으로 앉는다. 그리고 열심히 손뼉 치고, 응원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NHK 캡처

NHK 캡처


감독의 말은 냉정한 현실이다. 장애를 가진 선수가 있다. 그런데 핸디캡이 가산점이 될 수는 없다. 주전 여부는 오로지 경기력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 후로 몇 달이 지났다. 기적이 일어났다. 그 학생은 등번호 17번을 받았다. 즉, 20명 엔트리에 들었다는 뜻이다. (일본 고교 팀의 백넘버는 대개 포지션+일련번호로 매겨진다.)

또 몇 달이 지났다. 고시엔 대회 지역 예선이 시작됐다. 우익수로 기용된 17번이 매일 불꽃같은 타격을 터트린다. 19타수 10안타, 무려 0.526의 타율을 기록했다. 팀 내 최고다.

결승전에는 3안타, 1타점, 2사사구, 2도루로 맹활약했다. 덕분에 기후상고는 3년 만에 본선 진출의 염원을 이뤘다.

냉정한 감독도 마음이 움직인다. 17번은 9번으로 승격된다. 주전 우익수 자리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번 고시엔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는 요코야마 하루토(3학년) 얘기다.

그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왼쪽 손가락 4개(검지~약지)가 없다. 엄지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 온전한 형태는 아니다.

그런 몸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다. 던지는 것 말고는 모두 어색하다. 배트를 드는 것도, 글러브를 끼는 것도 남들과 다르다. 이겨내는 방법은 하나다. 더 많은 땀이고, 더 굳은 마음이다.

“처음에는 되겠나 싶었어요. 하다못해 역기 하나도 들지 못했죠. 그런데 고무 밴드로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더군요. 어느 틈에 스윙이 강해지더라고요. (한 손으로) 글러브에서 공을 빼서 던지는 속도도 남들에 뒤지지 않게 됐고요.” (기후상고 감독 야마시타 도모시게)

NHK 캡처

NHK 캡처


덕분에 기후상고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본선 4경기를 모두 이겼다.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요코야마의 활약도 눈부시다.

1회전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2회전    4타수 1안타

3회전    3타수 1안타 1타점

준준결승 5타수 1안타

계       16타수 5안타 (타율 0.313)

특히 어제(20일) 8강전이 극적이었다. 연장 타이브레이크 끝에 난적 요코하마고를 8-7로 눌렀다.

1회에 빛나는 수비가 있었다. 2사 2루에서 큼직한 2루타성 타구를 요코야마가 점프 캐치한 것이다. 대단한 파인 플레이다. 놓쳤으면, 선취점을 잃는 순간이었다.

“전력으로 달려서, 힘껏 글러브를 뻗었어요. 솔직히 손에 감촉은 없었죠. 그런데 관중석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리는 거예요. ‘다행이다. 잡았구나.’ 하는 마음에 기뻤습니다.” (요코야마 하루토)

사실 입학 당시는 투수였다. 하지만 기대만큼 좋은 공은 던지지 못했다. 아마 자신이 가장 잘 알았던 것 같다.

어느 날이다. 감독에게 이메일 하나가 왔다. 발신자는 요코야마 하루토였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지금 투수를 하고 있지만, 이 수준으로는 좀처럼 벤치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야수 쪽으로 바꿔봤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투수보다 타격을 하는 것이 (손 때문에)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1학년 11월이었다. 감독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날 이후로 하루토의 노력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지경이었어요. 말이나 글로 옮길 수도 없는 정도였죠. 매일, 밤낮으로 배트를 끼고 살았어요. 손에 물집이 터지고, 피가 나고, 다시 아물고…. 그걸 몇 번이나 반복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인정에 끌려, 선심을 베풀 감독이 아니다. 엄정한 숫자로 판단한다.

“몇 달 뒤, 2학년 봄이었죠. 그 녀석 스윙 스피드를 측정했어요. 시속 140㎞의 투구를 칠 수 있는 정도까지 도달했어요. 드디어 A팀에 들어가는 기준을 통과한 셈이죠.”

이젠 고시엔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타자가 됐다. 프로팀 스카우트도 눈여겨보는 유망주가 된 것이다.

NHK 캡처

NHK 캡처


/ [email protected]


백종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