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전주, 고성환 기자] 김영빈(34)이 잊지 못할 전북 현대 데뷔골에도 조심스레 둘째 아이를 위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전북 현대는 20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1차전에서 강원FC와 1-1로 비겼다. 이제 양 팀은 오는 27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지는 2차전에서 결승 진출의 주인공을 가린다.
전북은 최근 공식전 25경기 무패(20승 5무)라는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강원을 상대로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거뒀다. 전북이 승리하지 못한 건 지난 6월 21일 서울전 무승부 이후 두 달 만이다.
반면 강원은 전주성에서 귀중한 무승부를 기록하며 전북 상대로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강원은 지난 시즌 전북을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뒀고, 지난 3월에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지금 시점 전북에 마지막 패배를 안긴 팀으로 남아있다.
일부 로테이션을 가동한 전북은 주축 선수들을 여럿 제외한 강원을 상대로 예상보다 고전했다. 그럼에도 후반 3분 김영빈의 세트피스 헤더 골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후반 17분 구본철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이후 추가 득점을 뽑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영빈에겐 분명 뜻깊은 경기였다. 그에겐 전북 데뷔골을 뽑아낸 날이자 친정팀 강원을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한 날이기 때문. 게다가 최근 생긴 둘째 아이에게 바칠 수 있는 골을 넣은 기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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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영빈은 득점 상황에 대해 "일단 프리킥을 찬 (이)영재의 킥이 너무 좋았다. (박)진섭이도 헤더를 잘 떨궈줬다. 운 좋게 공이 내게 와서 골이 들어간 것 같다. 오늘 골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한테 좀 행복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득점 소감을 밝혔다.
골망을 가른 뒤 김영빈은 조심스레 공을 배에 넣고 '출산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최근 우리 둘째 아이가 생겼다. 아내한테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라면서도 "사실 강원을 상대로 넣었기 때문에 주저주저하기도 했다. 그래도 둘째가 생겼고, 축복이기 때문에 친정팀 팬분들이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수줍게 말했다.
물론 안방에서 무승부는 만족하기 어려운 결과. 전북은 이날 무승부로 공식전 26경기 무패(20승 6무)를 이어가긴 했지만, 2차전 강릉 원정을 떠나야 하는 만큼 웃을 수 없었다. 전북이 승리하지 못한 것도 무려 두 달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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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빈도 "전북이라는 팀이 비기는 거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팀이 더 단단해졌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라며 "사실 내가 골을 넣는 것보다는 무실점으로 이기고 싶었다. 그러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라고 되돌아봤다.
경기 후 거스 포옛 감독도 "좋지 못한 경기였다. 평소보다 뭔가 부족하고, 나사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라며 전반전 선수들에게 내린 분노의 지시에 대해선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가 감옥에 갈 수도 있을 것 같아 말하지 않겠다"라고 장난스레 말을 아꼈다.
김영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묻자 "감독님이 할 일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 선수들을 더 다그치려고 하시는 것 같다. 다음 경기를 준비 잘하겠다"라며 코리아컵 결승 진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