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팔레스타인에 대한 주권국 인정을 추진하는 서방국들과 이에 반발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마찰이 심화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격한 비난을 담은 서한을 보내며 외교 결례에 가까운 행동을 보였고, 서방국은 그를 향해 "이성을 잃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그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추진은 "반유대주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국가와 관련한 당신의 주장은 외교가 아닌 유화책"이라며 "이는 하마스의 테러를 보상하고 인질 석방 거부 입장을 고착화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호주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추진이 반유대주의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스라엘 총리실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앨버니지 총리를 가리켜 "역사는 앨버니지를 이스라엘을 배신하고 호주의 유대인들을 버린 허약한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원색적인 공격을 가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네타냐후 총리의 서한에 대해 "비참하고 잘못된 것"이라며 "프랑스는 언제나 유대인 시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서한을 외교 경로를 통해 전달받기 전 언론 보도를 통해 먼저 접했다고 지적하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나는 다른 나라 지도자들을 존중하며 외교적인 방식으로 그들과 소통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주권국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는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계속 확대하는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 달 프랑스를 시작으로 영국과 캐나다 등이 대열에 합류했고, 호주 역시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뉴질랜드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13일 네타냐후 총리의 군사작전 확대와 관련해 "그가 이성을 잃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지난 16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너무 멀리 나갔다"며 "이제는 네타냐후 자체가 하나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네타냐후 총리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 인터뷰에서 지난 6월 미국과의 공조 하에 이란 핵시설 등을 공격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한 뒤 "그는 전쟁 영웅"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5일 네타냐후 총리의 '가자지구 완전 장악' 계획이 알려진 뒤 관련 질문을 받고 "그건 상당 부분 이스라엘에 달려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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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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