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에서 물건을 꺼내 옮겨야 하는데, 누군가 자꾸 열어놓은 뚜껑을 닫아버린다면? 사람이라면 당황하거나 화가 날 법도 한 상황인데, 휴머노이드 로봇은 방해에도 끄떡없었다. 다시 뚜껑을 열고 정해진 업무를 수행할 뿐이다. 20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작업 영상이다.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보다 정교하게 신체 움직임을 따라 했다. 로봇 개 ‘스팟’의 부품을 바닥에 놓인 박스에서 꺼낼 때는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 부분을 내려 쪼그려 앉고, 오른팔을 상자 깊숙이 넣어 플라스틱 부품 3개를 집었다. 집고 일어서던 중 손가락 사이로 부품 하나가 빠지자 다시 쪼그려 앉아 이번엔 왼손으로 떨어뜨린 부품을 집고 옆의 박스에 옮겨 담았다.
박스에 달린 뚜껑을 사람이 계속 닫거나, 박스를 당겨 위치를 바꿔 놓는 등 돌발 상황을 만들어도 아틀라스는 원래대로 돌려놓으며 작업을 이어갔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지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 소개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에 토요타리서치연구소(TRI)와 함께 개발한 ‘거대행동모델(Large Behavior Model·LBM)’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LBM은 로봇이 텍스트나 이미지, 영상 등 센서로 입력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서 인간처럼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말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와 TRI는 지난해 10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가속하고 로봇 간 상호 작용 및 안전성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엔드 투 엔드(end-to-end) 기법을 활용해 매번 개발 코드를 바꾸지 않아도 아틀라스가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다루는 동작을 빠르게 학습하고, 자율적으로 판단·제어할 수 있게 개발 중이다.
현재 아틀라스는 밧줄로 매듭을 만들거나 흐트러진 이불을 피는 등 비정형 물품을 정교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이르면 올해 연말 아틀라스는 현대차 공장에 투입될 예정인데, 생산 현장뿐 아니라 가정용 도우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스콧 쿠인데르스마 보스턴다이나믹스 로보틱스 연구 담당은 “범용 로봇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업무를 바꿀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단일 신경망 학습은 고성능 로봇의 전신을 정교하게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