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재점화…올트먼·MIT 보고서 연타에 주가 '풀썩'
"상승 랠리 후 조정" 분석도
다음주 엔비디아 분기 실적 발표 주목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미국 증권가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점화되며 최근 몇 달간 미 증시의 랠리를 앞장서 견인한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이틀째 하락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20일(현지시간) 0.67% 하락해 마감했다. 하루 전 1.46% 빠진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이다.
AI 대장주라 할 엔비디아 주가도 19일 3.50% 떨어진 데 이어 20일 0.14% 빠졌다.
20일엔 하락 폭이 줄긴 했지만, 장 중 한때 168.80까지 내려가며 지난달 22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170달러 선 아래(종가 기준)로 추락하기도 했다.
AI 기반의 방위·첩보 소프트웨어 기업 팰런티어는 전날 9.35%나 급락한 데 이어 20일에도 1.10%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초 이후 맹렬한 기세로 상승 곡선을 그려오던 팰런티어 주가는 최근 6거래일 연속 주저앉으며 16.6% 하락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도 주가가 떨어졌다.
이처럼 AI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하락한 것은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등이 제기한 'AI 거품론'의 파장이란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에 대한 홍보와 선전이 과장됐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기술기업 주가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18일 발표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관의 95%는 여전히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선도 프로그램의 불과 5%만이 수백만달러의 가치를 뽑아내고 있었고 나머지 절대다수는 수익 면에서 측정할 만한 영향을 못 봤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가 AI가 경제적 생산성을 얼마나 급격하게 증대시킬지에 대한 우려를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트먼 CEO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I에 거품이 끼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흥분했느냐고? 내 의견은 그렇다이다"라며 "비이성적인 열광의 시기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AI의) 사회를 위한 가치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자문사 누빈의 로라 쿠퍼는 "충족시킬 수 없는 수요와 생산능력 제약이 기술주를 기록적인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며 "부풀려진 가치평가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제 상승 추세의 지속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력한 상승 랠리 후 필요한 조정에 들어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J 벨의 애널리스트 다니 휴슨은 "투자자들은 이제부터 AI 주가가 안정화될지, 아니면 매도가 계속될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내주에 있을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는 이제 전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머리아 베이트먼은 시장이 MIT 보고서에 과잉 반응하고 있다며 "테크 부문은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 MIT 보고서가 이를 바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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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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