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광주FC의 역사를 함께한 '알바니아 특급' 아사니(30)가 3년 만에 이정효 감독 곁을 떠난다.
광주는 21일 구단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GOOD LUCK, 아사니"라며 "아사니가 광주FC를 위해 보여준 투지 잊지 않겠다. 앞날에 축복만이 가득하길 바란다"라고 아사니의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함께한 순간은 역사로, 영원히"라고 덧붙엿다.
아사니의 다음 행선지는 이란의 명문 에스테그랄 테헤란 FC다. 앞서 아사니와 계약 사실을 발표했던 에스테그랄은 같은 날 "모든 노력 끝에 아사니의 ITC(국제이적동의서)가 발급됐다. 에스테그랄 보드진과 광주의 협상 끝에 아사니가 광주를 떠났고, 곧바로 에스테그랄에서 뛸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에스테그랄은 "아사니는 곧 테헤란에 도착해 에스테그랄 훈련에 참여한다. 또한 그는 에스테그랄 코칭 스태프의 요청이 있을 시 조브 아한(27일)과 경기에서 에스테그랄 소속으로 출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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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니는 지난 2023년 광주 유니폼을 입은 뒤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날카로운 왼발 킥과 돌파를 바탕으로 광주의 측면 공격을 책임졌다. 멘탈이나 훈련 태도 문제 등으로 이정효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하기도 했지만, 명실상부 에이스였다. 지난 2년 반 동안 남긴 통산 성적은 68경기 18득점 5도움.
광주의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아사니다. 그는 광주의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서도 펄펄 날았다.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에서 9골을 몰아치며 전체 득점 공동 2위에 오른 것.
특히 아사니는 빗셀 고베(일본)와 16강 2차전에선 멀티골을 터트리며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그는 후반전 페널티킥 득점으로 1, 2차전 합계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 후반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고베 골망을 가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그 덕분에 광주는 합계 3-2 역전승을 거두며 시도민구단 최초로 대회 8강 진출을 일궈냈다.
아사니는 올 시즌에도 8골 2도움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책임지며 광주의 공격을 이끌었다. 팀이 흔들릴 때도 혼자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자원이었다. 이정효 감독과 갈등으로 전반기를 날리다시피 했던 2024시즌과 달리 꾸준히 출전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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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사니는 마지막까지 이적 사가로 논란을 빚었다. 그는 여름에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 이적에 근접했지만, 막판에 개인 협상 도중 무산됐다. 안 그래도 재정건전화 규정을 위반했던 광주는 계약 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아사니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예상치도 못한 데서 문제가 터진 것.
그러던 중 이달 초 갑작스레 에스테그랄이 보스만 룰을 통해 아사니와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합류 시기는 이번 시즌이 광주와 계약이 만료된 뒤지만, 더 빠르게 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스테그랄의 오피셜을 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광주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에스테그랄은 광주와 합의를 통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사니를 데려가길 원했다. 하지만 광주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K리그1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만큼 시즌이 끝나고 아사니를 자유 계약(FA)으로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헐값에 보내주진 않겠단 각오였다.
이 과정에서 아사니는 태업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대전과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불화설을 잠재웠다. 이정효 감독과 대화를 나눈 끝에 축구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효 감독도 아사니가 올 시즌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며 잔류로 가닥을 잡았다고 공개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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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전력 보강이 급한 에스테그랄이 광주와 줄다리기 끝에 백기를 든 것. 대전전에서 아사니의 잔류가 발표되자 결국 광주가 요구하던 이적료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제시하며 합의점을 찾는 데 성공했다. 이정효 감독도 대체자를 구할 수 없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구단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아사니의 이적을 승낙했다.
결국 이란으로 향하게 된 아사니.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든 건 이미 정해져 있다고들 한다. 시작과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들 한다. 이게 바로 광주FC와 함께한 2년 반 동안의 잊지 못할 이야기였다. 추억과 강렬한 감정, 기쁨과 축하의 순간, 그리고 슬픔의 순간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는 제 삶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또한 아사니는 "이제 집을 떠날 때가 됐다. 나를 키워주고, 알바니아 국가대표팀에서 뛰게 해 준 클럽을 떠난다. 어린 시절 꿈을 이루고, 유로 대회에서 자랑스럽게 뛰었던 그 클럽을 말이다. 이 클럽과 이 도시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며칠 동안 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내가 감사함을 다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것"이라며 "광주와 함께 성장해 온 것에 영원히 감사하고, 함께했던 여정에 영원히 감사할 거다. 포르자 광주!"라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는 아사니가 이탈하면서 시즌 도중 핵심 선수를 잃게 됐다. 현재 광주는 K리그1에서 26라운드 기준 승점 35를 획득하며 파이널 A 진출권인 6위에 올라 있다. 2025 코리아컵에서도 준결승 1차전에서 부천FC 1995를 2-0으로 제압하며 창단 첫 결승 진출에 파란불을 켰지만, 공격진 구성에 고민이 생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