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전주, 고성환 기자] 구본철(26)이 자신이 만든 귀중한 동점골을 '주장' 김동현(28, 강원FC)에게 바쳤다.
강원FC는 20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1차전에서 전북 현대와 1-1로 비겼다. 이제 양 팀은 오는 27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지는 2차전에서 결승 진출의 주인공을 가린다.
이로써 강원은 전주성에서 귀중한 무승부를 기록하며 전북 상대로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강원은 지난 시즌 전북을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뒀고, 지난 3월에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지금 시점 전북에 마지막 패배를 안긴 팀으로 남아있다.
반면 전북은 최근 공식전 25경기 무패(20승 5무)라는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강원을 상대로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거뒀다. 전북이 승리하지 못한 건 지난 6월 21일 서울전 무승부 이후 두 달 만이다.
강원은 전북보다도 대거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경기 전 정경호 감독이 다가오는 광주와 K리그1 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을 정도. 그럼에도 강원은 전북 원정에서 훌륭히 싸우며 무승부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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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철의 득점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후반 17분 김신진이 원터치로 내준 공을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귀중한 동점골을 터트렸다. 그는 강원 팬들이 있는 원정석 앞으로 달려가 기쁨을 표출한 뒤 최근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김동현의 6번 유니폼을 들어 올리며 밖에서 보고 있을 동료에게 골을 바쳤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구본철은 세리머니에 대해 "사전에 동료들과 맞췄다. 동현이 형이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잘 챙겨주고 이끌어줬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큰 부상을 당하면서 이탈했다. 팀적으로도 많이 떨어지게 됐는데 이번에 득점하면 세리머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벤치를 봤을 때 동현이 형 유니폼이 있었다. 처음엔 벤치를 못 봤고, 세리머니를 하고 나서 봤는데 유니폼이 눈에 띄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라며 웃었다.
누구보다 상심하고 있을 김동현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구본철은 "동현이 형이 나를 비롯해서 뒤에서 좀 힘든 선수들을 잘 챙겨줬다. 밥도 많이 사주고, 위로되는 말을 많이 해줬다.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내가 또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라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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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북을 상대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구본철과 강원 선수들. 그는 "전북이라는 K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을 상대로 후보 선수들이 준비해서 나왔다.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갖고 와서 기분이 좋다"라며 "많은 선수들이 뒤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오랜만에 경기에 나섰다. 좋은 경기력으로 간절하게 뛰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제 구본철은 동료들과 함께 강원 역사상 첫 코리아컵 결승행을 겨냥한다. 그는 "오늘 우리가 뒤에 있는 선수들로도 충분히 전북을 압도하는 경기를 했다.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동점골을 넣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 또 전북 안방에서 이렇게 좋은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홈으로 돌아가면 우리 홈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도 구본철은 "오늘 비겼다는 만족감보단 이기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 더 크다. 마지막에 득점 찬스도 있었다. 우리가 몰아붙였을 때 한 골이 더 들어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이 아쉬움을 바탕으로 다음 주 홈에서 좋은 결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임대생' 구본철은 강원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 전성기를 맞이할 나이인 그는 "내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걸 알고 있었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강원에 왔다. 앞으로 경기들이 많이 남아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다"라며 "강원에는 또래 선수들이 많아서 축구 안팎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기에 많이 나서진 못하고 있지만, 친구들끼리 '으�X으�X'해서 위로해주고 잘 지내고 있다. 그런 부분이 좋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