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KBL MVP’ 디드릭 로슨, 왜 한국이 아닌 레바논대표팀에서 뛰었나? [서정환의 사자후③]

OSEN

2025.08.21 15:3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사진] FIBA 제공

[사진] FIBA 제공


[OSEN=서정환 기자] 한국에서 3년이나 뛴 디드릭 로슨(28, 신장)이 갑자기 레바논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아시아컵에서 한국의 최대 고민은 A조에 같이 속한 레바논이었다. 농구 잘하고 한국을 너무 잘 아는 로슨이 귀화선수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외국선수가 꼭 돈만 밝히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 선수로서 가장 큰 혜택은 국가를 대표해 세계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겨룰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선수들은 NBA 스타가 아니면 미국대표팀에 뽑히는 것이 불가능하다. 카이리 어빙조차 호주 국적취득을 고려하는 이유다. 한국대표팀 선수가 되면 아시아컵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은 큰 특전이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레바논대표팀으로 출전한 디드릭 로슨이 대표적이다. 명문 캔자스대학 출신의 로슨은 한국에서 오리온, 캐롯, DB에서 뛰었다. 운동능력은 떨어지지만 뛰어난 센스와 BQ로 농구하는 선수다. 로슨은 2023-24시즌 21.8점 9.8리바운드 4.5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DB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다. 그 결과 외국선수 MVP와 베스트5에 선정됐다. 

하지만 로슨은 데이원시절에 연봉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DB의 재계약 제안을 거절하고 한국을 떠났다. 그는 중국리그를 거쳐 지난 5월 레바논에 귀화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오마리 스펠맨의 대체선수가 필요한 레바논과 대표팀을 경험하고 싶은 로슨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 

[OSEN=창원, 이석우 기자] 6일 창원 체육관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와 원주 DB의 경기가 열렸다.  원주 DB 디드릭 로슨이 창원 LG 조쉬 이바라의 마크를 피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2024.02.06 / foto0307@osen.co.kr

[OSEN=창원, 이석우 기자] 6일 창원 체육관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와 원주 DB의 경기가 열렸다. 원주 DB 디드릭 로슨이 창원 LG 조쉬 이바라의 마크를 피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2024.02.06 / [email protected]


로슨이 합류한 레바논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스펠맨보다 운동능력은 떨어졌지만 팀을 위한 헌신은 차원이 달랐다. 안준호 감독의 가장 큰 고민도 로슨을 어떻게 막을까였다.

결과적으로 로슨은 한국전에서 7점으로 부진했다. 그는 일본과 12강전 24점을 넣어 일본을 조기탈락시켰다. 최종 4위를 차지한 뉴질랜드 역시 24점을 넣은 로슨의 활약으로 탈락 직전까지 몰렸다. 

원래 로슨은 한국대표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데이원 시절 임금체불 문제를 겪으면서 한국은 신뢰를 잃었다. 중국에서 거액을 제안받은 로슨은 DB의 재계약을 거절하면서 한국을 떠났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로슨이 한국대표팀에서 뛰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로슨이 라건아처럼 안정적인 KBL 팀에서 오래 뛰었다면 지금 한국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준호 감독은 “사우디에서 로슨을 만났는데 레바논대표팀과 한 달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 레바논과 카타르 등은 귀화절차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귀화과정도 너무 까다로워 미리미리 해야 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결국 로슨에게 중요한 것은 돈보다 경험이었다. 레바논은 로슨에게 귀화여부를 타진한 뒤 일사천리로 국적을 안겼다. 중동국가에서 기술이 있는 외국인이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어렵지 않다. 레바논도 로슨이 꼭 필요한 이유를 잘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특별귀화 과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농구협회가 로슨에게 미리 접촉했다면, KBL에서 불상사가 없었다면 지금 그가 한국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버스 떠나고 손 들어봐야 소용없다. 한국은 눈 뜨고 좋은 인재를 놓쳤다. 

베이루트 뉴스는 “로슨은 원래 한국대표팀에 관심이 있었지만 레바논을 선택했다. 레바논에게 로슨은 플랜B가 아니었다. 레바논은 자기관리도 못하고 헌신도 하지 않은 오마리 스펠맨에게 지쳤다. 로슨은 팀에 꾸준함과 위닝 멘탈리티를 가져왔다. 피지컬도 날카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투자였다”며 로슨을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 [email protected]  


서정환([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