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남미 축구에서 충격적인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관중석에서 집단 난투극이 벌어져 수백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영국 'BBC'는 21일(한국시간) "팬들 간의 격렬한 충돌로 인해 2025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수다메리카나 경기가 중단됐다. 일부는 관중석 상단에서 떨어져 옷이 벗겨진 채 구타당했고, 한 팬은 생명이 위험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에스타디오 리베르타도레스 데 아메리카에서 CA 인디펜디엔테(아르헨티나)와 우니베르시다드 데 칠레(칠레)의 CONMEBOL 코파 수다메리카나 16강 경기가 펼쳐졌다. 두 국가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의 맞대결이었지만, 믿기 어려운 소요 사태로 경기를 제대로 끝마치지 못했다.
BBC는 "우니베르시다드 데 칠레는 19명의 팬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300명 이상 체포됐다. 한 명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수술을 받고 있으며 두 명의 팬이 칼에 찔렸다"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번 폭력 사태는 관중석 상단에서 시작됐다. 칠레 팬들이 좌석과 화장실을 파손하고, 밑에 있는 홈 팬들을 향해 물건을 투척한 게 발단이었다.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경찰과 경기장 보안요원까지 공격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OSEN DB.
칠레 원정 팬들은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투척 행위를 이어갔고, 전반전이 끝난 뒤 분노한 인디펜디엔테 홈 팬들이 원정석으로 쳐들어갔다. 이들은 원정 구역으로 향하는 차단문을 부수고 진입한 뒤 우니베르시다드 팬들을 공격했다. 온라인에는 팬티만 남은 채 도망가는 팬과 집단 린치를 피해 달아나다가 관중석 상단에서 떨어지는 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결국 경기는 1-1로 전반 종료 휘슬이 불린 뒤 그대로 취소됐다. BBC는 "하프타임에 수류탄, 석조물 조각, 싱크대, 좌석 등의 물건이 원정 구역에서 최하층 홈 팬들에게 던져지면서 폭력 사태가 격화됐다"라고 전했다. 현재 한 명은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올레'는 "끔찍했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5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인디펜디엔테 팬이 방금 머리 위로 떨어진 건축 자재 조각을 들어 보였다. 옆에선 사람들이 돌 세례를 피해려 도망쳤다"라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의자와 몽둥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다른 구역으로 던지는 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사진]OSEN DB.
이어 매체는 "화장실을 파괴해 변기와 세면대를 투척 무기로 바꾸고 청소용품까지 사용한 우니베르시다드 팬들의 행동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 청년은 콘크리트 조각에 맞아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렸고, 충격에 빠져 있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라고 덧붙였다.
리베르타도레스 데 아메리카는 순식간에 혼돈의 도가니가 되고 말았다. 올레는 "관중들은 공포의 현장이 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인디펜디엔테의 울트라스는 긴 몽둥이를 들고 관중석 상단으로 난입했다. 마치 개미굴에서 쏟아져 나오듯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지옥 같은 혼란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인디펜디엔테에서 뛰고 있는 칠레 출신 미드필더 펠리페 로욜라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이런 수준의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말 안타깝다. 오늘 본 걸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이건 축구가 아니다. 스포츠는 폭력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까지 나섰다. 그는 "인디펜디엔테와 우니베르시다드 팬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은 서포터들 간의 폭력부터 조직 내 명백한 무책임까지 너무 많은 면에서 잘못된 일이다. 사법당국이 책임자를 밝혀야만 한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공격당한 국민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즉각 치료를 보장하며 체포된 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CONMEBOL은 "경기 진행을 보장할 수 있는 보안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경기가 취소됐다. 유사한 상황에 관한 클럽 매뉴얼을 준수했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향후 결정을 위해 CONMEBOL 사법 기관에 회부될것"이라며 "경기장 내외에서 발생한 모든 일에 대한 정보는 남미 축구 연맹(SAFC) 징계 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구단 간 싸움까지 번질 분위기다. 네스토르 그린데티 인디펜디엔테 회장은 "우니베르시다드 팬들이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 그들은 우리의 화장실을 파괴하고, 관중석에 물건을 던졌다. 전에 본 적 없는 폭력이다. 우리 팬들은 항상 모범적이었고, 그런 일을 할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마이클 클라크 우니베르시다드 회장은 "인디펜디엔테의 발언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슬프게 했다. 지금은 누구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다. 오늘 일어난 일은 비극"이라고 항의했다.
한편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역시 성명을 냈다. 그는 "인디펜디엔테와 우니베르시다드 간 경기를 중단케 한 충격적인 폭력 행위를 강력 규탄한다"라 "축구에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 선수들과 팬, 관계자들은 축구를 지키기 위해 폭력을 몰아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