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면·복권(지난 15일)된 지 일주일 만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언짢은 감정이 표출되고 있다. 사면 여파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조 전 대표가 곧바로 SNS 활동과 영·호남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 여권 인사들의 심기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조 전 대표를 향해 “개선 장군이냐”는 공개 비판까지 나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라디오에서 “조 전 대표 사면이 어느 정도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여러 가지 지표를 볼 때 사실인 것 같다”며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조 전 대표가) 조금 신중한 행보를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기자간담회에서 “8·15 광복절 정치인 특별사면으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인사들이 조 전 대표 사면에 대한 입장 표현을 자제하던 지난 달 말 페이스북에 “사면 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사면을 공개 건의하기도 했던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강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오자마자 마치 개선 장군인 것처럼 언제 출마하겠다 하는 메시지에 과연 국민이 공감하겠느냐”면서 “동의가 안 되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 돌아왔고 내년 6월 국민으로부터 한 번 더 심판을 받겠다”며 내년 6월 지방선거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든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런 우려는 특히 조 전 대표가 사면 직후 SNS 활동,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오르며 커지고 있다. 15일 새벽 출소한 조 전 대표는 그날 저녁 SNS에 ‘가족 식사’라는 짧은 문구와 함께 끓는 된장찌개 영상을 게시했다. 이후 이 가게가 강남 고급 한우 전문점이고, 한우 주문 뒤 식사로 나온 된장찌개라는 이야기가 퍼지며 빈축을 샀다. 그러자 조 전 대표는 김어준씨 유튜브에 나와 “구치소에서 고기를 먹기 쉽지 않아 나온 첫날 사위가 사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면이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N분의 1”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에선 “당내에 불편해하는 분들이 있다. 사면에 대한 대통령 부담이 상당했을 텐데 조 전 대표가 평가를 박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일 것”(한준호 최고위원, 21일 라디오)이란 반응이 나온다.
실제 조 전 대표 사면 직후 이 대통령 지지율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22일 공개한 여론조사(19~21일 조사) 결과 이 대통령 직무에 대한 긍정 평가는 56%로 지난주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8·15 특별사면 전인 2주 전(64%)과 비교하면 8%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5%로 지난주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부정 평가 이유 1위가 특별사면(21%)으로, 2위인 과도한 복지ㆍ민생지원금(11%)의 두배 수준이었다. 민주당 내에선 “죄를 사면해 준 거지 죄가 없어진 건 아니지 않으냐”(당 핵심관계자)는 격한 불만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사면 초반 제기됐던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론은 자취를 감췄다. 한 초선의원은 2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합당해서 조국을 내년 지방선거에서 특정 지역 단일 후보로 띄워줄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복수의 호남권 의원들도 “합당해서 내년 지선에서 우리 당이 얻을 이익이 크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4·2 재보궐선거에서 텃밭 호남에서 첫 지방자치단체장(담양군수)을 혁신당에 내주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당이 필요한 정도의 압박은 아니라는 게 호남권 의원들의 반응이다.
지난 21일 이미 복당과 동시에 혁신정책연구원장으로 지명된 조 전 대표는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 공개 일정에 나선다. 이달 말까지 호남 지역을 돌며 당원 간담회 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혁신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정치인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도 “여러 분위기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