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시티, 식량위기 최고 단계 분류…칸유니스 등지로 확산 전망
유엔 최고인권대표 "고의적 살인, 전쟁범죄 해당 가능" 경고
이스라엘 "하마스 맞춤형 보고서, 최근 상황 간과해" 강력 반발
유엔기구, 가자지구에 사상 첫 '기근' 진단…이스라엘 "편향된 보고서"
가자시티, 식량위기 최고 단계 분류…칸유니스 등지로 확산 전망
유엔 최고인권대표 "고의적 살인, 전쟁범죄 해당 가능" 경고
이스라엘 "하마스 맞춤형 보고서, 최근 상황 간과해" 강력 반발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아 감시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IPC)가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사상 처음으로 식량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허위 선전전과 결을 같이하는 편향된 내용이라며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IPC는 이날 펴낸 59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7월1일∼8월15일 이뤄진 분석을 토대로 가자지구 북부의 행정구역인 가자주(州)에서 식량위기 분류 중 가장 심각한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가자주에는 최근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장악하겠다고 결정한 인구 밀집지역 가자시티가 있다.
또 데이르알발라, 칸유니스 등지는 바로 아래인 '비상' 단계로 분류됐지만 8월 하반기부터 '기근'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IPC는 식량 불안정과 영양실조의 심각성을 분류하는 국제 공인 시스템으로,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정상(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기근(Famine)' 등 5개 단계로 나눈다.
IPC는 "이 기근은 전적으로 인재이며, 이를 멈추고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즉각적인 대규모 대응이 필요하며, 며칠만 늦어져도 기근 관련 사망률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급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할 휴전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보건·영양 서비스가 즉각 복원되지 않는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는 지난 5월 이스라엘이 미국 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으로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 시스템을 일원화한 것과 관련해서도 "GHF의 식량 배급 계획과 실행, 모니터링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식량을 받으려던 민간인이 계속 대규모로 살해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볼커 튀르크 유엔 최고인권대표는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고의적 살인이라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런 상황이 처벌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휴전, 모든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 완전하고 제한 없는 인도적 지원 접근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고 튀르크 대표가 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에서 "IPC가 하마스의 허위 캠페인에 들어맞는 맞춤형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이들은 자체 규정을 왜곡하고, 기근 하한을 낮추고, 사망률 기준을 무시하며 이스라엘을 거짓으로 매도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전쟁 발발 이후 10만대 이상의 구호품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했다"며 "기본 식량이 넘쳐나고 가격은 하락 중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IPC의 허구가 아닌 현실을 입증한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업무조직 민간협조관(COGAT)도 "IPC의 보고서는 작성자들에게 제공된 자료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지난 몇주간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투입된 노력을 완전히 간과한다"고 주장했다.
COGAT는 "이번 기근 분류는 공개되지 않은 전화 설문조사, 하마스 대원들이 일부 직원으로 일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의문스러운 평가, 그리고 지역 비정부기구(NGO)의 자료에 의존한다"며 신뢰성 부족 문제를 제기했다.
COGAT는 "국제사회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며, 허위 주장과 근거없는 선전에 휩쓸리지 않고 현장에서 수집된 온전한 자료와 사실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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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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