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제르맹(PSG)는 23일(한국시간) 리그1 2라운드에서 앙제를 1-0으로 꺾고 개막 2연승을 달렸다.
이강인은 후반 36분 우스만 뎀벨레와 바통을 이어받아 약 10분을 뛰며 패스 17회 전부 성공(성공률 100%)로 팀 빌드업에 힘을 보탰다. 문제는 ‘시간’이다. 며칠 전 슈퍼컵에서 미친 존재감을 뽐낸 직후라 더 큰 물음표가 붙었다.
14일 UEFA 슈퍼컵 결승 토트넘전(2-2, 승부차기 4-3 승)에서 이강인은 교체 투입 직후 환상적인 중거리포로 동점골을 만들고, 승부차기에서도 침착하게 키커로 성공시켰다.
현지에선 “PSG를 살린 영웅”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실제로 리그 개막전 낭트전에서는 선발로 61분을 소화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뒤 앙제전에서 다시 조커 역할. ‘슈퍼컵 영웅→리그 선발→재조커’로 이어진 곡선은, 여전히 확실한 주전이 아니라는 현실을 말해준다.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지난 시즌 초반만 해도 이강인은 37경기를 소화하며 6골을 넣는 등 커리어 하이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1월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합류하고, 데지레 두에 등 젊은 자원이 치고 올라오면서 판도가 급변했다.
시즌 후반 21경기 중 출전은 8경기뿐.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선 리버풀전 19분이 전부였다. 화제의 슈퍼컵 한 경기로 모든 게 원점 복귀하긴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PSG의 시선이 차갑기만 한 건 아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루이스 캄포스 단장은 이강인의 멀티성을 높이 산다. 6·8·10번을 오가고, 측면 커버까지 가능한 ‘전술형 유틸’은 장기 레이스에서 귀하다. 실제로 낭트전-앙제전 모두 이강인이 투입되면 볼 순환이 빨라지는 장면이 반복됐다. 다만 크바라츠헬리아·네베스·뎀벨레 등 확고한 에이스들과의 우선순위 다툼에서 앞서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토트넘이 등장한다. 영국 ‘더 타임즈’의 던컨 캐슬은 본인 팟캐스트 ‘풋볼 트랜스퍼스’에서 “토트넘이 아스날에 에베레치 에제를 하이재킹당한 뒤, 이강인을 최우선 타깃에 올려놨다”고 전했다.
토트넘은 제임스 매디슨 전방십자인대 부상, 데얀 쿨루셉스키 무릎 이슈까지 겹치며 ‘새 플레이메이커’는 필수 과제가 됐다. 모건 깁스-화이트 딜도 불발. 모나코의 마그네스 아클리우슈는 7000만 유로를 고수하는 분위기라, 현실적으로 5000만 유로 선의 이강인이 가장 합리적 카드라는 계산이다.
흥행 포인트도 있다. 손흥민의 LAFC 이적으로 토트넘은 아시아 시장에서 비어버린 공백을 실감하고 있다. 캐슬은 “레비 회장이 다시 한국 스타를 데려오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직설했다. 전력+브랜드를 동시에 메우는 일석이조의 타깃이 이강인이라는 논리다. ‘손흥민 후계’라는 타이틀 자체가 북런던에 주는 상징성은 막대하다.
PSG의 태도는 ‘원칙적 잔류, 좋은 제안 시 협상’으로 요약된다. 프랑스 ‘레퀴프’ 보도처럼 파리는 이강인을 즉시 방출 리스트로 두지 않는다. 하지만 대체자 영입 시간까지 확보되는 ‘충분히 매력적인 오퍼’라면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게 현지 공통 인식이다. 숫자와 타이밍, 그리고 선수 의사가 핵심 3요소다.
선수의 고민은 더 단순하다. PSG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올라서느냐, 혹은 주전 보장이 가능한 팀으로 떠나느냐. 2026 월드컵을 앞둔 중요한 사이클에서 로테이션 멤버로 남는 것은 아쉬운 상황이다. 프리미어리그 복수 클럽(아스날·맨유)과 세리에A 나폴리의 탐색 시선이 이어지는 이유다.
물론 변수도 있다. 토트넘이 요구액(약 5000만 유로)을 신속히 맞출 수 있느냐, PSG가 대체자를 동시에 결착할 수 있느냐, 그리고 이강인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 후계자’라는 무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느냐. 어느 하나 쉽지 않다.
결국 시간 싸움이다. 마감은 9월 1일. 토트넘은 손흥민과 플레이메이커 공백을 이강인으로 메우려 전력질주 중이다. 이강인은 슈퍼컵 영웅에서 다시 조커로 내려앉은 현실 앞에서, 커리어의 다음 페이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적 시장서 막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