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 언론발표문을 채택한 것과 관련해 일본 내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협력 방침을 문서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짧은 기간에 양국이 문서를 정리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이시바 정권이 지속돼 한일 양국이 제2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만든다면 이번 발표문을 기초로 하면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2008년 이후 오랜만에 공동 문서가 나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발표문에는 새로운 내용보다는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자는 원칙적 내용이 주로 담겼다"고 분석했다.
한일 정상은 이번 발표문에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축적한 한일관계 기반에 입각해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역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시바 총리가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대한 내각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안보·경제안보 소통 강화, 수소·인공지능(AI) 협력 확대, 저출산·지방 활성화 관련 협의체 출범, 워킹홀리데이 제도 확대 등에도 합의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한일관계를 1965년 국교 정상화 기반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는 점에 대해 "일본에는 문재인 정권이 1965년 프레임을 부정했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지만, 이번 발표문을 통해 일본 측 우려를 불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니시노 교수도 "일본은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윤석열 정부 정책이 어떻게 될지 걱정했으나, 이 대통령은 이를 대부분 계승하기로 했다"며 발표문에 포함된 인도·태평양, 수소 협력 등은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시바 총리의 역사 문제 관련 언급에 대해 "기시다 전 총리가 말했던 내용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기존 방향성을 확인한 정도 같다"며 "기자 발표에서 질문을 받지 않은 것을 보면 양국이 신중하게 관리하기로 한 듯하다"고 해설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지난달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로 퇴임 위기에 몰린 이시바 총리로서는 역사 문제의 경우 이번 언급이 최고 수준이었을 수 있다면서 "해당 내용을 공개적으로 직접 말하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발표문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안보·경제안보 소통 강화를 꼽았다.
그는 "한국은 한일 양국 간 안보 협력에 신중했고, 대체로 한미일 3국 틀 안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이번 발표문을 보면 양국 간에도 안보·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 담긴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이 구심력이 강한 정권 초기에 양국 안보 협력을 위해 신중하게 반걸음 정도 나아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워킹홀리데이 제도 확대도 중요하다"며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양호하면 양국 국민이 이 같은 혜택이 축적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두 전문가는 모두 한일 간 온도 차가 있는 북한 문제가 향후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니시노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려는 남북관계 복원은 억지력에 초점을 맞춘 일본의 대북 정책과는 기조가 다르다"며 한국이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본과 의견을 잘 조율하고 소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공동 발표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가 사용됐지만, 이시바 총리가 기자 발표 당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북한 비핵화는 북한 핵무장 해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북한이 반대하는 개념이지만, 일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북한 비핵화를 주로 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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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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