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구조적 전환의 갈림길에 섰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고, 산업 전반에 과잉 생산 능력이 누적되면서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선 불안이 감지된다.
최근 정책 당국자들은 불필요한 경쟁을 억제하자는 뜻의 ‘반내권(反内卷, anti-involution)’을 핵심 화두로 내세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7월 1일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업계 전반의 무질서한 가격 경쟁이 지나친 할인 전쟁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이는 2021년 플랫폼 기업 규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부동산 규제 3원칙, 2015~2018년 공급 측 개혁을 떠올리게 했다. 대규모 정책 캠페인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예상이 시장에 퍼졌다.
하지만 이번 디플레이션은 과거보다 더 깊고 넓다. 2015년에는 산업재 가격 하락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소비재 가격까지 내려가 기업 수익을 잠식하고 있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격차는 2022년 중반 이후 마이너스로 전환됐으며,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금 흐름이 막힌 기업들은 할인 경쟁에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고, 이 악순환은 장기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키운다.
과거 사례는 일정한 교훈을 준다. 경기 회복에는 과잉 생산 능력을 줄여 가격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수요를 늘려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중국은 2015년 판자촌 재개발 같은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이 과정을 이끌었고, 한국도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공 투자와 금융 지원을 통해 생산 능력 조정을 성공적으로 해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노동시장은 냉각돼 있고, 은행권은 부동산 부실 부담에 시달린다. 정치적으로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밀어붙일 의지가 강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정책은 조심스럽고 제한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 공급을 과감히 줄이지 않고, 부동산도 더는 신뢰할 만한 성장 엔진이 아니다. 충격은 피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베이징은 노동시장 안정을 우선시하며 강제적인 기업 퇴출이 초래할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려 한다. 철강·석탄·음식배달·전기차 등 주요 산업은 GDP의 약 10%, 고용의 8%를 차지해 무시하기에는 규모가 크다. 따라서 지금의 전략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관리형 접근이다. 디플레이션을 확실히 탈피하기보다는, 불안을 억제하고 조정 과정을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경제는 이제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조심스러운 접근은 일시적 안정감을 주지만 성장 둔화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성장 대신 안정’은 중국에 불가피한 선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