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한일 양국 국민 간 왕래는 1만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연간 1200만 인적 교류의 시대에 진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 말이다. 흔히 두 나라 사이의 비약적인 관계 발전을 이야기할 때 사람 간 왕래가 얼마나 많이 늘었는가를 거론한다. 24일로 수교 33주년을 맞은 한중은 어떨까? 1992년 수교 때 13만 명에서 2024년엔 53배가 뛴 691만 명을 기록했다. 적지 않은 숫자다.
두 나라 관계에선 또 교역액도 자주 언급된다. 한중 교역액을 살펴봤더니 한국은 수교 첫해인 92년과 2023년, 2024년 세 해만 적자였을 뿐 1993~2022년 무려 30년 동안은 흑자를 봤다. 호기심이 생겨 우리가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지난해까지 얼마나 흑자를 챙겼나 따져보니 6800억 달러(약 942조원)가 넘는다. 이 돈이 얼마나 큰 것인지 선뜻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에 푼 민생회복 소비쿠폰(약 13조원)과 비교하니 72배가 넘는다. 6년 동안 매달 계속해서 민생지원금을 줄 수 있는 금액이다. 한마디로 꽤 짭짤한 수익을 낸 셈이다. 한데 앞으로도 계속 그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지난달 말 베이징 출장 경험은 걱정에 앞서 두려움을 부른다. 당초 계획은 중국의 한 업체를 오후 5시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저녁 6시 퇴근 전에 가서 한 시간가량 미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앞서 방문한 곳에서의 일정이 지체돼 6시 30분에야 약속한 회사를 찾을 수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다 조바심 가득했는데 중국 측에선 전혀 개의치 말고 천천히 오라고 한다. 회사에 도착해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회사 근처에서 가볍게 저녁을 때운 듯한 표정의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수백 여 직원이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고 한창 일하고 있는 모습에선 혹시 시간을 착각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시에 퇴근하냐 물으니 밤 9시 30분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제야 중국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유행하던 9-9-6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오전 9시 출근해서 오후 9시 퇴근을 월~토 6일간 한다는 뜻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제조업 강국이 된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는 우리 사회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중국의 근무 형태다.
앞으로 우리의 대중 교역 또한 흑자 아닌 적자 시대로 빠르게 돌아설까 봐 은근히 저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