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부터 8월 14일까지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기획위원으로 일했다. ‘국가비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다. 국가비전·국정원칙·국정목표를 새롭게 정리하는 게 과제였다. 시대정신과 발전사회학을 공부해온 터라 국가비전과 국정 방향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큰 분야다. 2017년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국정비전 및 프레임 TF’ 단장을 맡았던 경험도 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은 이재명 정부의 국가비전이다. 국가비전의 다른 이름이 시대정신이다. 시대정신이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가치의 집약이다. 시대정신을 주조하는 이들은 국민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이 시대정신을 대변하고 대의하고 대표한다. 이 점에서 국가비전에는 국민의 열망과 대통령의 소명이 담겨 있다.
이재명 정부 국가비전은 국민행복
소득 수준 비해 국민 행복감 낮아
성장과 공정사회 토대 마련 통해
‘행복한 대한민국’ 향해 나아가야
이재명 정부 국가비전인 ‘국민이 주인인 나라’는 국민주권을,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은 국민행복을 함의한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헌은 대한민국 헌법이다. 헌법에서 국민주권은 제1조에, 국민행복은 제10조에 나온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다. 헌법 제1조와 제10조를 구현하는 나라가 이재명 정부의 국가비전이라 할 수 있다.
국가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사회학 연구자로서 2025년 현재 왜 행복이 시대정신의 의미를 가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행복이란 정신적·물질적 차원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를 뜻한다. 행복은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가치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간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행복은 근대 이후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문제는 우리 국민의 행복 수준이다. 세계 행복의 날인 3월 20일을 맞아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등이 내놓은 ‘세계행복보고서 2025’는 국가 간 행복감의 비교를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복도는 147개국 가운데 5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2위(조사대상은 143개국)에서 6단계나 떨어졌다. 1위를 차지한 나라는 핀란드였고, 덴마크·아이슬란드·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미국, 일본, 중국은 각각 24위, 55위, 68위를 차지했다.
보고서가 활용한 자료는 지난 3년(2022~24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건강 기대 수명,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 자유, 관용, 부패 인식 등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스스로 매긴 삶의 만족도 점수를 기반으로 순위를 정했다. 이 통계가 함의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행복한 나라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소득 수준이 비슷한 대만이 27위, 소득 수준이 낮은 베트남이 46위, 태국이 49위를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 행복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행복은 마음의 풍요와 물질적 여유가 결합할 때 피어날 수 있다. 인간이 경제적 존재인 한 물질적 삶의 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더하여, 행복감은 혼자보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더 커질 수 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넘어서 공존동생(共存同生)을 시대적 가치로 추구할 때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요컨대 행복한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일과 여가의 균형, 건강·안전·환경·사회적 관계에서의 삶의 질 제고, 그리고 증오를 넘어선 관용의 공동체를 추구해야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들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광복 80년을 맞이했다. 1945년 광복 이후 우리 사회에 부여된 시대정신은 새로운 ‘나라 만들기’였다. 그것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산업화’와 인권 및 민주주의를 누리려는 ‘민주화’로 구체화됐다. 돌아보면 지난 80년은 경제적 산업화를 추진한 ‘국가의 세기’이자 정치·사회적 민주화를 모색한 ‘국민의 세기’였다. 2025년 현재 우리나라는 변화하는 국제질서와 혁신하는 과학기술혁명을 마주하고 있다. 그 핵심적 과제는 새로운 성장과 공정한 사회에 기반한 개인과 공동체 모두의 행복 실현에 놓여 있을 것이다.
행복을 생각하면 내게 떠오르는 말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다. 백범 김구의 ‘나의 소원’에 나오는 말이다. ‘높은 문화의 힘’은 ‘문화국가’를 함의한다. 문화국가를 통해 이루려는 것은 국민 모두의 행복 증진이다. 산업국가에서 민주국가로, 그리고 이제 경제·문화적 선도국가에 기반한 ‘행복한 대한민국’을 성취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