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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본사, 노사리스크 큰 한국 사업장 재평가 가능성”

중앙일보

2025.08.24 08:49 2025.08.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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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이 통과되자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국내 법인인 한국GM 철수 가능성이 다시 제기된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미국 본사가 한국 사업장을 재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지난 21일 고용노동부와 조선·철강·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 간 간담회에서 “한국은 이미 노사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큰 국가”라며 “본사에서 한국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당일 한국GM은 정부에 노란봉투법을 재검토해 달라고도 공식 요청했다고 한다.

완성차 업계는 이번 개정이 한국GM 철수설을 다시 자극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은 기존 ‘임금·근로조건’으로 돼 있던 노조의 쟁의행위 대상을 ‘근로조건 전반’으로 확대해 구조조정이나 사업장 이전 같은 경영 판단도 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GM의 경우 지난 5월 말 직영 서비스센터 9곳 매각 계획이 발표되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전에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협) 과정에서 파업이 반복돼 생산 차질이 잦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으로 노사 갈등의 수위가 더 높아진다면 한국GM의 경영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이 자산 매각 등에만 집중할 뿐 신차 출시나 노조와의 협상 등 한국 사업장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GM의 한국 철수설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악화된 경영 상황까지 겹쳐 진짜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가 결정적이었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수입차에 25%(한국은 15%로 조정 예정)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무관세 혜택을 잃게 됐다. 대미 수출 비중이 90%를 차지하는 한국GM에 직격탄이다. 내수 기반이 취약한 한국GM은 연간 판매량 중 국내 비중이 5% 남짓(2024년 2만4824대)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감소 추세다. 내수 매출은 지난해 1조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GM과 산업은행이 2018년 체결한 ‘10년 잔류 약속’도 2027년 말 만료된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로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자 당시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한국GM에 투입, 잔류를 유도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박영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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