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미국식 호들갑이 또 한 번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과장이 아니었다.
LAFC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S 정규리그 2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FC 댈러스와 1-1로 비겼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전반 6분, 경기 시작과 동시에 찾아온 프리킥 기회.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짧게 숨을 고른 뒤 오른발을 휘둘렀다. 공은 완벽한 궤적을 그리며 댈러스 골망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감아차는 순간부터 골대를 향해 빨려 들어가는 듯한 궤적. 현지 중계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건 루브르에 걸어야 한다”라고 외쳤다.
호날두, 메시, 베일 같은 스타들이 수없이 ‘프리킥 장인’이라 불렸지만, 이날 만큼은 손흥민의 오른발이 MLS 무대를 지배했다. 관중석에 모인 원정 팬들조차 순간 숨을 죽였다가, 터지는 함성과 함께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 골로 손흥민은 MLS 데뷔 세 경기 만에 ‘골-도움-페널티킥 유도’라는 공격포인트 3종 세트를 모두 달성했다. 데뷔전 시카고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승점에 기여했고, 뉴잉글랜드전에서는 선발 출전해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번 댈러스전에서는 완벽한 프리킥 골로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말 그대로 ‘3경기 연속 임팩트’였다.
경기는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후반 13분 로건 패링턴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승부와 무관하게 모든 관심은 손흥민의 오른발에서 탄생한 환상적인 프리킥 장면에 쏠렸다.
MLS 공식 홈페이지는 “손흥민의 프리킥 골은 예술 작품이었다. 루브르 박물관에 걸어야 한다”고 극찬했다. 현지 중계진 역시 “조르지오 키엘리니, 가레스 베일 등 슈퍼스타들이 거쳐 간 팀이지만, 지금 9번을 달고 있는 손흥민이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라며 감탄을 쏟아냈다.
손흥민 본인도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그는 “이적한 지 2주 조금 넘었을 뿐인데 매 순간이 즐겁다. 첫 골을 넣어 정말 기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팀의 승점 3점이다. 그래서 무승부 결과가 많이 아쉽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동료들 역시 감탄을 이어갔다. 수비수 은코시 타파리는 “전날 훈련에서 그가 코너를 노리는 걸 봤다. 그런데 오늘 정말 그대로 들어갔다. 마법 같았다. 페널티킥 유도, 어시스트, 그리고 이 프리킥 골까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전했다.
MLS 전문가들도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토트넘 시절부터 세계적인 선수였지만, MLS에서도 그는 특별하다. 단순히 개인 기량뿐 아니라 팀 전체를 이끄는 추진력이 되고 있다”라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손흥민 합류 후 LAFC는 3경기 연속 무패(1승 2무)를 이어가며 웨스턴 콘퍼런스 4위(승점 41점)에 올랐다. 이는 MLS컵 플레이오프에서 4년 연속 홈 어드밴티지를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다. 팀 성적과 개인 성과가 동시에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LAFC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그는 경쟁자이자 승자다. 이 리그에서 찾아보기 힘든 재능이다.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팀 전체에 새로운 동기를 불어넣고 있다. 손흥민의 존재감은 단순히 공격 포인트를 넘어 팀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다”라고 극찬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