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6월 30일 한반도에서 철수한 미군은 6∙25전쟁 발발로 1년 후 다시 돌아왔다. 당시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그의 회고록에서 참전 이유를 아래와 같이 기록했다.
" If South Korea fell, the communists would attack other nations, resulting in World War III. 만약 한국이 망한다면 공산주의자들이 다른 나라들을 공격할 것이고, 이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
우리는 미국의 참전이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고 누란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지켜준 고마운 한미동맹의 출발로 생각한다. 미국 참전의 주된 목적은 글로벌 냉전이 시작했던 시기에 소련이 원했던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결코 지역 국가가 아니라 글로벌 국가라는 점을 우리가 잘 생각해야 한다.
한국 전쟁 중 미국과 중국이 특정 시점에 배치됐던 최대 유효 병력은 미국이 35만여 명, 중국이 45만여 명에 이른다. 한국 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또 한국 전쟁 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어디에도 북한의 위협이나 도발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국제 평화와 태평양 지역의 평화가 언급되었을 뿐이다.
미국은 1956년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했다.
기록에 따르면 1967년 최대 총 8종, 950여 발의 전술핵 탄두가 한국에 배치됐다. 이 전술핵 무기들은 사거리가 한반도 내로 국한됐으나, 중국·소련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억제력도 넉넉히 고려한 것이었다. 비밀이 해제된 1974년 당시 태평양사령부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군산 비행장에 핵을 장착한 미 공군의 팬텀기가 긴급 핵 대응 전력으로 배치돼 있었다. 그리고 이 전력은 미국의 전략적 핵 작전계획인 SIOP(Single Integrated Operational Plan)의 일부였다. SIOP은 미국의 핵무기를 특정 표적에 할당하고 있는 계획인데 이들의 표적은 베이징·상하이·블라디보스토크였다.
1995년 미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조셉 나이는 『미국의 동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에 관여해(engage) 미래 위협이 되지 않도록 건설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견인해야 한다고 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완전히 변했다. 2022년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는 중국을 유일하게 능력과 의지를 가진 경쟁자로 평가했다. 2025년 3월 『미 정보부 연례 위협평가』에선 중국이 미국 안보에 가장 포괄적이고 강한 군사 위협(the most comprehensive and robust military threats to U.S. national security)이라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이 실존하는 임박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미 국방부의 『잠정 국방전략 지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국방부는 이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와 본토 방어가 미 국방부의 최우선 과제이며 동맹국들이 러시아·북한·이란 등의 위협 억제에 더 많은 역할을 맡도록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올해 발간 예정인 트럼프 정부의 국방전략에 반영될 것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전화 통화에서 한·미가 역내 안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상호 호혜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해 협의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8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인터뷰에서 동맹 현대화란 한·미 두 나라가 처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다른 작전환경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며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이라면 변화를 꺼려선 안 된다고 했다.
동맹 현대화는 한국군의 대북 전력 증강도 있지만, 주한미군의 중국을 염두에 둔 현대화가 포함된다. 과거 한국의 국력이 약했을 때 주한미군의 대북 위협 대응 역할이 상대적으로 컸다면, 우리 군의 성장과 함께 우리가 북한 위협 대응에 점진적으로 주도권을 늘려왔고 이는 계속 진행 중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숫자보다 능력을 생각하며 다영역기동부대(MDTF, 우주·사이버·전자전·장거리 정밀타격 등 다양한 영역에서 통합된 작전 수행을 목표로 함)와 F-35와 같은 5세대 전투기의 한반도 배치를 언급했다. 중국에 대한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 대응을 위한 주한미군의 능력 변화도 진행 중이다. 주한미군이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동맹을 현대화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달라는 브런슨 사령관의 요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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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과, 과거와 크게 다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위협인식을 고려하면 대만사태 관련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미가 협의해야 한다. 우리가 불편하다고 피해서는 안 된다. 대만사태 발발 가능성의 높고 낮음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변화한 역내 전략 상황에서 동맹관계의 안정성(방기 방지)을 유지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안보 이익(연루 방지)도 챙기는 것이다. 한국은 대만사태 발발 시 대북 억제력을 확실히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대만 지역의 불안이 역 내 다른 지역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이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브런슨 사령관이 언급한 주한미군이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중국을 상대하는 미국에게 한반도의 전시작전권은 어떤 맥락일까? 현재 미 국방부 핵심 책략가로 알려진 정책차관 엘브리지 콜비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야인 시절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은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3월 미 국방부 정책차관 인준을 위한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는 전작권 전환에 대해 직답은 하지 않은 채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또 이달 초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 충족을 강조하며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건 한국과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은 능력과 역할이 확대된 한국군을 원하고 있지만,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중국과의 대응에 있어 자칫 산만함과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