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이집트 동쪽 끝에 있는 시나이반도는 기독교 구약성서에서 주요 무대로 두 번 등장한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행한 뒤 출애굽한 히브리 노예들을 이끌고 건너간 곳이 시나이반도이다. 모세는 그곳에 있는 시나이산(시내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는다.
성서의 배경이 된 시나이반도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남북으로 길게 맞대고 있다. 지도로 보면 국경 맨 위쪽에는 가자지구로 통하는 라파, 맨 밑에는 이스라엘의 국경도시이자 휴양지인 타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역사적, 지리적 배경으로 인해 시나이반도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는다. 시나이산과 이스라엘의 성지를 묶어서 둘러보려는 순례객들이다.
기자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2008∼2011년)으로 재직할 당시 두 번 시나이반도를 통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육상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한번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격해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지상작전을 벌인 2010년 6월인데, 라파를 거쳐 가자지구로 들어가 취재했다. 다른 한 번은 휴가 때 타바 국경을 통해 이스라엘에 입국해 예루살렘 등을 여행했다.
시나이반도는 이집트나 이스라엘에 있어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수에즈운하가 이곳에 있다.
이집트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수에즈운하 통행료 비중이 작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운하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예멘 후티 반군의 테러 또는 소말리아 해적 행위 등으로 운하를 통한 선박 운항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면 글로벌 물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사막지대가 넓게 펼쳐진 시나이반도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폭탄테러가 이따금 발생한다. 2014년 2월 타바에서 한국인들이 탑승한 관광버스를 상대로 한 폭탄테러가 벌어져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역삼각형 모양의 외형 탓에 '할아버지의 수염'이라는 별칭을 가진 시나이반도의 남쪽 끝에는 유명한 휴양지 샤름엘셰이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제회의나 스포츠 행사 등이 개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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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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