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수 야당을 향한 ‘악수 거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일 취임한 정 대표가 “악수도 사람하고 악수하는 것”이라며 보수야당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25일 노란봉투법·상법 등의 일방처리를 두고 국민의힘이 ‘경제 내란’이라고 반발한 것과 관련, “내란 세력이 스스로 내란을 입에 올려주니 땡큐”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내란은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내란이 생각날 텐데. 백 번 손해 볼 일을 쯧쯧”이란 일종의 훈계성 비판이다. 정 대표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자신을 ‘파이프로 현관문을 다 깨고 대사관저에 불을 지르는 아주 흉악한 분’이라고 지칭한 걸 두고는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하겠다”고 예고했다.
반면에 이 대통령은 대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당 대표가 법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와 대화할 것이냐’는 기자단 질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그야말로 내란에 동조한 것 같은 정치인 지도 그룹이 형성되면 그냥 용인할 거냐 그 말 아닌가. 야당은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대표와 입장이 다르냐는 질문에는 “여당 대표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뒤 정 대표는 “대통령의 당연하고 옳은 말씀이다. 대통령은 여야를 다 아울러야 한다”면서도 “나는 여당 대표로서 궂은일, 싸울 일을 하는 거다. 따로 또 같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자신은 이 대통령과는 입장이 다른 만큼 여당 대표로서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선언이다.
두 사람의 시각차는 ‘검찰개혁’ 입법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정 대표는 임기 후 줄곧 “추석 전 처리”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공론화를 주문하며 제동을 걸자 정치권에선 당정 ‘엇박자’ 우려가 나왔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검찰개혁 4법’ 대신 수사·기소 분리의 선언적 의미만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만 추석 전인 9월 25일 우선 처리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민주당 안팎에선 정 대표가 당분간은 마이웨이를 고집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8∼20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정 대표에 대한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45%로 이 대통령이 당 대표 재임 시절 받은 최고치(45%)와 동률을 이루는 등 당심(黨心)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정 대표가 자기 브랜드인 당심을 벗어날 수는 없어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 대표 주변에선 출구 전략을 마련해 두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대표가 악수하지 않겠다는 건 실제 악수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제1야당이 내란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단절해줌으로써 여당 대표로서 제1야당과 기꺼운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달라는 정중한 요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