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표적 퇴직연금 계좌인 401(k)를 통해 근로소득자들이 부동산·암호화폐·인프라는 물론, 사모펀드 같은 대체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401(k)는 우리나라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유사한 제도로, 약 7000만 명의 미국인이 가입해 있으며 총자산 규모는 10조 달러가 넘는 거대한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401(k) 계좌는 주식·채권·뮤추얼펀드·상장지수펀드(ETF)·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에만 투자할 수 있었다. 미국 금융시장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401(k)를 통한 막대한 자금의 꾸준한 유입이 거론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같은 장기 투자 상품을 설계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왔다.
그동안 사모펀드를 포함한 대체투자 자산이 401(k)의 투자 대상에서 배제되었던 것은 법적·제도적 제약, 낮은 투명성, 높은 변동성 등의 위험 때문이었다. 이번 행정명령은 그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경우 대체자산 투자를 통해 은퇴 저축의 수익률을 높이고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상대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대한 기존 규제를 완화해 준 것이다.
401(k) 자금 유치가 숙원이었던 미국의 자산운용업계, 특히 사모펀드 업계는 환영 일색이다. 블랙스톤·아폴로·KKR·칼라일 같은 글로벌 운용사들은 이를 ‘퇴직연금의 현대화’라고 평가하며, 새로운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자사 바이아웃·크레딧 펀드를 편입한 신규 TDF 상품을 2026년에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근로소득자 입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허용된 대체자산들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의 확보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경우만 보면 환금성이 낮고, 투자 기간이 길며, 투자 구조가 복잡하다는 점 때문에 은퇴자금 운용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환금화가 용이하고, 투자 구조도 이해하기 쉬운 암호화폐와 쉽게 비교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제도 변화가 사모펀드 운용사와 근로소득자 모두에게 실제 기회로 자리 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정비되고, 상품 성과가 일정 기간 검증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라는 본질적 목적을 고려할 때, 결국 앞으로 적어도 10여 년간의 실질적 결과가 많은 것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