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대표를 뽑는 26일 결선 투표가 장외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김문수·장동혁(가나다순) 후보 2파전으로 압축돼 누가 되더라도 ‘반탄’(탄핵 반대) 대표가 이끌게 됐지만 ‘찬탄’(탄핵 찬성) 진영 포용 여부를 놓고 표심이 갈라지면서다. 김 후보가 한동훈 전 대표를 주축으로 한 찬탄파 포용 뜻을 밝히자 보수 유튜브는 “야합”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한 전 대표 팬덤에선 장 후보를 막기 위해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발단은 “차악을 뽑아달라”는 한동훈 전 대표의 지난 23일 페이스북 메시지였다. 한 전 대표가 사실상 김 후보에게 표를 주라고 독려한 날 김 후보는 TV 토론에서 ‘한 전 대표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중 누구를 공천하겠냐’는 물음에 “전씨 대신 한 전 대표를 공천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김 후보와 한 전 대표 사이에 묘한 연대 전선이 형성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자 강성 보수 유튜버는 일제히 김 후보에게 공세를 폈다. 고성국TV(구독자 130만명)는 25일 유튜브 방송에서 “김 후보가 한동훈을 공천하겠다고 한 발언에 충격받고 청심환을 찾는 분까지 있었을 것”이라며 ‘야합’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성창경TV(구독자 122만명)도 전날 “한동훈은 광화문 광장에 나간 사람과 보수 유튜브를 ‘극우’라고 적대시하는 데 같이 갈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반대로 한 전 대표 팬클럽에선 장 후보를 공격하며 김 후보를 지지 선언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회원 수 9만5000명의 팬카페 ‘위드후니’에서 한 회원은 전날 “지난 대선 때도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를 안 했는데, 살다 살다 김문수 후보에게 투표를 다 하게 됐다”고 썼다. 다른 회원은 “‘윤 어게인’ 같은 강성 극우는 버려야 하지만 온건 극우는 변화시켜야 한다. 온건파인 김문수로 투표하자”고 독려했다.
당초 찬탄 지지층에선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한 전 대표의 “차악” 발언 이후 분위기가 달라진 모양새다. 지난해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 당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한 전 대표의 최측근이었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갈라선 장 후보가 전당대회 내내 친한계를 향해 “배신자, 내부총질자”라고 공격한 것도 배경이 됐다. 친한계 의원은 “장 후보가 TV 토론에서 한 전 대표 대신 전한길 씨를 공천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장 후보만은 떨어뜨려야 한다는 기류가 커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결선 투표율이 본경선(44.39
%
) 때보다 2.16
%
포인트 높아진 46.55
%
를 기록한 것도 장외 대리전 영향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던 찬탄 진영 당원이 적극 참여한 것과 강성 보수층이 더욱 집결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장 후보는 25일에도 통합에 관해 엇갈린 메시지를 냈다. 김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TV에서 “저는 찬탄·반탄으로 흩어진 당내를 통합할 수 있는 포용과 단합의 리더십이 있다”며 “이재명 정부와 맞서 싸우기 위해 당을 단합하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반면 장 후보는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밖에 있는 50명의 적보다 안에 있는 적 1명이 훨씬 더 위험하고 조직을 망가뜨리기 쉽다”며 “우리 당이 탄핵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도 당론과 반대로 가는 사람을 지도부가 묵인하고 용인한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