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가 물류의 혁명을 이끌었다면 고속철도(KTX)는 차원이 다른 속도의 대혁신을 가져왔다. 2004년 4월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사진)하고 21년간 누적 승객은 11억4000만 명에 달한다. 국민 한사람 당 평균 23번을 탄 셈이다.
고속철도 개통 이전에 가장 빨랐던 새마을호로 4시간 10여 분이 걸리던 서울~부산 구간을 시속 300㎞의 속도로 2시간대에 주파하면서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좁혀 놓았다. 경부·호남 2개뿐이었던 노선도 중부내륙·중앙·전라 등 8개로 늘었다.
그 사이 국내선 항공과 고속버스 등은 속도와 편의성 경쟁에 밀려 고속철도에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그만큼 KTX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내에 고속철도 도입이 최종 확정된 건 1980년대 말이지만 경부선과 호남선 등을 연결하는 고속전철 도입계획은 일찌감치 1970년대부터 거론됐다. 처음 시도하는 고속철도 건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부실시공과 안전우려 논란 때문에 사업계획은 두 차례나 전면 수정됐고, 사업 타당성을 놓고 정치적 공방도 치열했다.
그러나 지금은 KTX 덕에 사람과 물류 이동이 활성화되고, 중장거리 통근과 통학이 증가했으며, 지역경제 생산량이 늘었다는 호평이 나온다. KTX는 이제 시속 400㎞대의 초고속 시대를 계획 중이며, 국산화에 성공한 고속철도 차량은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