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대상으로 기업활동(IR)을 할 때 디스플레이 관련 사업을 한다고 말하면 눈살을 딱 찌푸립니다.” 한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는 최근 이렇게 토로했다. 한국은 디스플레이 시장의 핵심 주자이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엔 사업 환경이 녹록치 않다. 그런데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에 “14년 8개월간 미국 시장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수입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판결하며 오랜만에 디스플레이 산업에 화색이 돌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23년 ‘삼성의 OLED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BOE에 제기한 소송에서 이긴 것이다. 14년 8개월을 번 삼성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까.
애플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2024년 기준)인 애플에 낙점받기 위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치열하게 경쟁한다. 2017년 애플의 OLED 패널 1차 공급사(벤더, vendor)가 된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2020년부터 납품을 시작한 LG디스플레이 역시 애플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고 있다. 꾸준히 문을 두드리던 BOE도 2021년부터 납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