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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상무님 퇴사 그뒤…'월급 180만원' 택배 뛴 사연

중앙일보

2025.08.25 13:00 2025.08.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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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더중플-은퇴Who
‘준비된 노년’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누구나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고도 여전히 건강하다면 어떤 일을 하는 게 좋을까요.

아직 가보지 않은 길, 그래서 두렵고 막막한 ‘은퇴 이후의 모습’을 미리 만나봤습니다.
은퇴 이후, 인생 2막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한 선배들의 사연을 통해 우리의 인생 2막 계획을 점검해봅시다.
여러 은퇴 선배들의 다양한 삶의 궤적을 담아낸 기사 전문은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서비스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은퇴Who’ 시리즈(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60)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강 상무님, 백방으로 알아봤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 "

2014년, 휴대폰 너머에서 회사 재무담당 부사장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결국 사표를 내야 할 날이 온 거다.

당시 내가 소속된 한진해운은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해운사였다. 해운업에 세계적인 불황이 닥쳐 정부 지원이 시급했다. 민간 기업이지만 기간산업이라 불황기 정부 지원은 통상적인 일이었다. 일본·프랑스 등 외국계 해운사 역시 이 시기 모두 정부 지원을 받아 불황을 넘겼다.

한국 정부의 판단은 달랐다. 한진해운에 자구책을 찾으라고 했다. 산업은행 등에서도 정부 결정 없이는 자금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돌아섰다. 정부와 주주에게 회사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고 ‘자구 노력’을 보이기 위해 사장 이하 임원진 10여 명의 일괄 사퇴가 결정됐다.

나는 그렇게 27년간 일해 상무까지 올랐던 한진해운에서 하루아침에 나왔다. (※한진해운은 2년 뒤 파산했다) 내 나이 53세, 큰애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이었고 둘째는 일본 유학을 가 대학에 다니는 상태였다. 고령의 부모님께 매달 생활비도 보내드려야 했다.

그래도 경력이 있으니 금방 재취업 기회가 열릴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동종업계에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곳 역시 해운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불황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결국 연달아 두 번의 퇴직을 겪은 나는 동종업계 취업을 더 이상 알아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기업 임원’ 간판을 내던지고 완전히 새롭게 출발하기로 마음 먹었다.
강찬영 전 한진해운 상무가 은퇴 후 택배 분류업에 종사하던 시절 모습. 이 시기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오후 4~11시에 작업장에서 택배를 분류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했다. 강찬영 제공

가장 처음에 한 일은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최저 생활비’를 계산한 거였다. 임원 시절, 매달 1000만원 월급 중 생활비로 800만원을 썼었다. 차를 팔고 골프 등 목돈 들어가는 취미를 전부 끊었다. 휴대전화는 알뜰폰으로 바꿔 통신비도 3분의 1로 줄였다. 이런 식으로 거품을 걷어나가니 한 달에 200만원 벌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선택한 나의 직업은 ‘택배 분류 노동자’였다.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몸은 엄청나게 고됐다. 은퇴 직후 76㎏이던 몸무게는 1년 만에 65㎏으로 확 줄었다. 한여름에 폭염에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선풍기 한 대로 더위를 식히며 일하다 보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고 옷에 소금 꽃이 피곤했다.

그래도 대기업 임원으로 경영진과 부하직원 사이에 끼어 양쪽 눈치를 보던 샌드위치 신세 때보다 마음이 편했다.

지금 나는 또 한 번의 변신을 단행했다. 6년간 이어온 택배 분류업을 그만두고 지금은 ‘시니어 웹툰 작가 강찬영(64)’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엔 방탄소년단(BTS)을 자주 그린다. BTS 팬클럽 ‘아미’인 나는 BTS의 가사와 안무에 담긴 심오한 동양철학 사상을 나만의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은퇴 후 아찔했던 순간이 적지 않다. 그래도 '이것'이 있었기에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은퇴를 앞둔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이 '세 가지'는 꼭 챙기라고 권하고 싶다. 인생 2막에 주된 직장의 경력을 과감히 포기한 이유, 젊은이들도 며칠 해보고 그만둔다는 고강도 육체노동을 하며 깨달은 점도 공개한다.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7946




박형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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